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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의 반란 Jul 02. 2020

캐나다에서 온 박사과정 합격 편지

퇴사 후 다시 학교로


잘 다니던 회사. 아직까지 안정적인 정년, 좋은 월급, 차장, 그리고 만족도도 너무 좋던 회사.

어떻게 보면 나와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을 해보면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대로 고여있는 느낌. 너무 안정적이고 미래가 투명하기 때문에 나의 삶이 어떻게 끝나겠구나 하는 모습이 투명하게 보였다.


취업을 한 뒤론 공중파 영상기자로서

지난 십수년을 현장에서 우리나라와 세계의 수많은 희노애락을 지켜볼 수 있었다.


대통령에서부터 기업총수들, 정치인, 관료들, 스포츠스타는 물론  우리 이웃들의 삶의 모습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과분한 행운이었다.


해방 후 친일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지점에서부터

압축성장으로 인해 가속화되어 있는 성장과 분배에 대한 대립되는 의견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몰고온 각자도생의 욕망들과 사회양극화..


결정적으로 후진적 정치문화와 소셜미디어가 단절시킨 소통과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확증편향.


이 모든 것이 구조적으로 공고화되고 '게임의 룰'이 되어 가고 있을 때 나의 삶은 최절정의 안락함 속에서 세상과 멀어지고 있었다. 분명 이건 내가 시작해서 가려했던 종착지가 아니었다.


특히 회사가 지난 7-8년 상당히 정치권의 소용돌이에서 시끄러웠고 많이 망가져갔었고, 그 안에서 있기가 점점 불편해져 갔다.


매일 내가 처한 상황을 해결할 답을 구하기 위해 검색창에 넋나간 사람처럼  'How can I help people with media"를 쳤을 때 런던 정경대(LSE)의 홈페이지가 보였다.


그렇게 첫 여정은 시작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온 다음 세대 아이들의 고민들을 들어볼 수 있었던 런던에서의 석사 생활은 내 인생을 서서히 그렇게 바꾸어갔다.




그리고 회사에 돌아와 다시 4년의 시간을 회사와 저널리즘과 학업에 매달렸다.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았지만 시간과 에너지 모두 역부족이었다. 특히, 후진적 정치문화가 누르고 있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진영논리 안에서 더 많은 에너지가 소진됐다.


저널리즘과 사회과학 영역 내에서는 정치권에 줄을 대고 글을 써주는 폴리페서들이 즐비하고


경제적인 공동체에 몸을 담은 학자들도 많았다. 그 사이에서 변화되는 세상을 학습하고 바로 잡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사십대의 후반에  다시 유학을 결심한다.

그 과정은 너무 힘들어서 복기하며 글조차 쓰기가 힘들다.


20년동안 손을 놓은 영어를 다시 잡았다.

기억력은 늘상 가물하고 눈은 노안이 와서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학업계획서를 쓰고 어플라이를 했다.

다행히 장학금을 받으며 내가 좋아하는 도시, 밴쿠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평생을 누릴만큼 돈이 충분한 것도 아니고

경제적인 걱정도 되지만 우리나라에서 욕망의 대상이 되는강남 아파트, 대치동, 자녀유학, 해외여행 이런 것들을 내려놓으면 된다고 다짐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캐나다는 매력적이다.

자연을 사유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가를 보내는데 큰 돈이 들지 않을 것이다.


해외여행을 못나가지만 사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상해한다. 이 나이에 왜 돈도 되지 않는 공부를 시작하냐고.


하지만 답은 분명하다.

나는 기자였고 계속 그 안에 있을 것이다.

소명에는 개인적인 입신이나 이익으로 환원되는 것이 아닌 다음 세대에 과거에 있었던 일을 올바르게 전달할 책무도 있다고 본다.


사십대의 후반에서 성공신화라는 이름으로 가 얼마나 인생의 정수와 멀어진 기름진 욕망을 덮어왔는지를다시 보게 되었다.


인생은 한번뿐이다 (You only live once)

손에 쥔 것을 놓치 않으면 새로운 것을 쥘 수는 없다.


다시 다짐해 본다

나는 내가 걸어가야할 길을 걸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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