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살 퇴사주간일지 EP.002
퇴사를 하고 열흘이 흘렀다. 아직(?)까지는 꽤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잠들기 전 눈을 감으면 당장 걸리는 것 없고, 일어났을 때엔 그 지긋지긋한 보고와 압박 가득한 업무 환경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니 너무나 평안한 요즘이다. 일이 없어진 자리에 자칫 공허함과 무기력함이 들이칠 순 있었으나 나름 퇴사 이후에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빈 시간에 이런저런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시간을 채우니 오히려 활력 가득히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언제까지 이 활력이 유지될 진 모르겠지만 가능한 소중히 지켜내려고 한다. 너무 조급하게 또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해보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시작하면서 나만의 삶을 꾸려나가고 싶다.
몇 번의 퇴사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이지만 퇴사를 하고 일이 없어진 기간, 즉 백수가 되면 처음엔 무척 좋다. 알람 없이 일어나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영화, 드라마를 몇 시간씩 보고 눕고 싶을 때 눕고 자고 싶을 때 자고. 근데 그 시간들이 점차 쌓이고 길어지면 점점 무기력해지고 무언가 공허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짜릿하고 행복했던 퇴사 초반의 느낌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답답함과 불안함, 공허함이 깃든다. 그리고 내가 과거에 내렸던 결정에 회의감을 느끼며 자존감이 조금씩 떨어지게 된다. 일로 가득했던 내 일상에 일이 없어지고 그 자리엔 잡생각이 가득해진다. 일상에 권태로움을 느끼며 잡생각은 많아지면서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자존감까지 떨어져 간다. 회사에서 받았던 고통과 스트레스와는 다른 차원의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퇴사를 한 이후로도 반드시 규칙적인 생활과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들이 꼭 필요하다. 운동을 비롯해 새로운 취미 배우기, 혹은 재테크 공부 등 나의 일상을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그런 활동들이 필요한 것이다. 정말 가볍게 산책도 좋다. 권태로움 가득한 시간에 짓눌려 우울한 시간을 보낼 것인 지. 또는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만끽하며 즐기며 살아갈 것인지는 본인에게 달려있다. 또 불안감은 일을 하던 일을 하지 않던 살아 있는 한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임을 자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시간이 많은 이 시기를 잘 활용해 내가 무슨 일을 할 때 즐겁고 또 몰입할 수 있는 지를 발굴하고 그 가짓수를 계속해서 늘려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것이 퇴사를 한 이후의 일상은 물론 남은 여생에서도 본인만의 기준으로 좀 더 의미 있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