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배우자에게 아웃소싱하지 말라

by 바크


아내에게 아웃소싱하지 말라


어느 날 짧은 외국 쇼츠를 보았다.

남편이 아내를 위해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언이었다.

“아내에게 아웃소싱하지 마라.”



핵심은 단순했다.

양념이 어디 있는지, 지금 몇 시인지 같은 기본적인 질문조차 아내에게 맡기지 말라는 것이다.

아내는 이미 집안일과 육아로 정신이 분산되어 있다. 그런데 남편까지 아내의 뇌에 의탁하면 결국 큰 짐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 말에 크게 공감했다. 그리고 내 경험을 떠올렸다.




시댁과 남편의 아웃소싱

우리 시댁은 일을 함께 나누기보다는, 누군가 책임을 지면 그 흐름에 편승하는 방식이 익숙하다.

내가 계획을 세워 여행을 추진하면, 번번이 수정되거나 무산되곤 했다. 당일이나 전날 취소가 잦았고, 어렵사리 떠난다 해도 숙소나 음식에 대한 불평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그들은 며느리에게 일을 맡겨놓고는, 내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만을 표하면 “그것도 이해 못 하고 성질을 낸다”며 미숙하다고 비아냥댔다.

심지어 며느리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네 아내 성격이 왜 그러냐”는 식으로 흉을 보기도 했다.



남편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여행 때 아웃소싱이 빛을 발했다.

“우리 어디로 가?”

“엄마와 누나한테 연락했어?”

“뭐 먹어?”

“언제 가?”

나는 준비 과정을 세세히 설명했지만, 그는 흘려듣기 일쑤였다. 막상 당일이 되면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보딩패스를 받아도 마찬가지였다. 게이트, 시간, 항공편명이 다 적혀 있음에도 “우리 어디서 타?”라고 묻는다. 전광판만 봐도 되는 일이었다. 성인이면서도 어린아이처럼 의존하는 모습 같았다.






남 탓 본능과 자기 성찰


-불만을 아내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

아내가 이런 아웃소싱에 지쳐 불만을 드러내면, 시댁 식구들과 남편은 곧장 화살을 돌린다.

“왜 그렇게 예민하냐, 왜 그렇게 까다롭냐”는 식이다.

정작 원인은 반복된 아웃소싱에 있는데,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탓하는 쪽으로 흐른다.

그 순간 나는 인간 본능의 단면을 본 듯했다.


사람은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리면 생존본능이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그래서 남 탓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

예전에 이웃과의 갈등에서 비슷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끝까지 다른 사람 탓을 해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천주교 미사에는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옵니다”라는 기도가 있다.

자기 잘못을 성찰하는 훈련은 마음을 단단하게 하고, 생존본능의 두려움도 줄인다.





결혼은 동행이다

부부란 무엇인가.

동격의 인생 동반자다. 함께 의논하고 함께 짐을 나누는 관계다.

아이들까지 챙기느라 분주한 상황에서, 아내가 성인 남편까지 챙겨야 하는가?

이것은 결혼이 아니다.

결혼을 잘 유지하려면 각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꼭 필요한 존재다. 결혼은 재산을 지키고 서로를 보호하는 동맹이다. 이것이 이상적 결혼의 모습이다.

나의 경험은 그러나 현실은 아웃소싱을 통해 편하게 편승하려는 남편의 꾀를, 뒤늦게 알아차리는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한 번은 친구가 충언을 했다.

“너 언제까지 오빠 꾀에 넘어갈래.”

나는 그가 그렇게 꾀를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이제는 공부하고 독서하며 논리적으로 반박하니 남편도 가만히 있는다.

내가 변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아웃소싱을 당하고 있었을 것이다.

남의 손을 빌리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자.

그 습관은 가정의 평화를 지킬 뿐 아니라, 뇌의 노화를 늦추고 사고를 유연하게 만든다.

결혼은 서로에게 기대어 편승하는 관계가 아니다.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동행이다.




keyword
이전 21화때론 말보다는 노래가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