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끝나고 허겁지겁 뛰어 왔습니다
키는 껑충하고 가방은 무거운 듯 축 쳐진 바깥은 이미 어둠이 짙습니다
편지를 불쑥 내놓고 의자에 가만히 앉았습니다
숨이 가빴나 봅니다 저 혼자 급한 일을 비로소 껐다는 안도감
아버지의 화물 운송장이었습니다만 가야 할 주소가 다 적혀 있지 않다고 하니
전화로 주소를 묻고 아빠 어디야 화물 싣고 가는 중이다 알았어 잘 다녀와
문 앞의 가로수 은행나무는 잘린 상처마저 한 겹 더 껴안고
잠시 후 통근 버스가 서고
한 무리 인파가 쏟아집니다
봉지가 들린 맞벌이 주부들이 몇몇
그중에 아이고 늦었네, 그 집 문 안 닫았을라나?
또 급하게 뛰어가는 뛰어가는 어느 가게의
마지막 손님
단풍이 달려갑니다 노랗게 노랗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