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증권 투자가 아닌 원정도박
국내시장에서 전전긍긍하던 내가 또 하나의 무리수를 둔 것이 있다면, 바로 해외주식에 손을 댄 것이다.
2020년 발발한 팬데믹 사태, 그리고 증시는 한차례 호황기(코스피 3,300)를 맞았었다. 그 후로 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국내증시는 시장참여자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자 전 세계 거의 모든 정부에서 너도 나도 돈을 풀었었다. 그 결과 물가가 치솟았고, 이는 곧 기준금리의 상승을 야기했다. 기준금리 상승은 유동성을 낮추고 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경제침체를 불러왔다. 그 영향은 2022년 말까지 이어졌다.
고금리가 지속되자 서서히 인플레가 잡히기 시작했고, 금리동결, 재차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는 서서히 회복신호를 보였다. 하지만, 가파른 회복세를 보여주는 미국 증시와는 달리 한국증시는 박스권에 머물며 미국증시에 상응하는 상승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엔비디아 등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들이 국내투자자들에게 부각되며, ‘역시 미국주식을 사야 돼’란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나 또한 해외주식을 매수한 시점이 이때였다. 물론 해외주식에 적용한 투자전략은 아쉽게도 국내증시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유는 등락폭이 큰 일종의 ‘밈주’를 매매했기 때문이다.
국내증시와 미국증시의 가장 큰 차이를 꼽자면, 상한/하한의 제한이 있는 국내증시와는 달리 미국증시의 경우 그 제한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말인 즉 미국증시에선 300%, 500%, 1000%까지 주가가 하루 만에 오르거나 내릴 수 있음을 뜻한다. 어떻게 보면 300%의 상하한 제한이 있는 국내 공모주 상장일 보다 더 큰 규모의 합법적 도박이 미국에선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미국증시에서 내가 매수한 종목은 이미 저점에서 단기간에 2,000%의 경이로운 상승을 보여준 종목이었다. ‘관심종목’에 저장해 놨던 D종목은 국내 언론에도 보도되며 게임스탑을 잇는 새로운 밈주식으로 등극한 상태였다.
멀리 보면 시장은 이성이 지배하고 있지만, 단기간으로 볼 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욕심으로 가득한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동이다. 평소 눈여겨본 종목이 미친 듯이 상승하자 나는 일종의 FOMO가 왔고, 충동적으로 고점에서 종목을 매수했다.
충동적 구매, 차라리 몇십만 원 하는 옷이나 신발을 충동구매했더라면 좋으련만 하필이면 왜 밈주를 샀을까. 어떻게 보면 나는 더 큰 규모의 도박장에 발을 들인 것이었고, 그 이유는 일확천금을 노렸기 때문이다.
그간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벌인 마지막 도박은 마치 시리즈 드라마 ‘카지노’에 나오는 ‘호구형’과 마찬가지로 나의 영혼까지 털어간 무모한 모험이 되어버렸다.
#배경 이미지 출처: 드라마 카지노
* 밈주식: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 개인투자자의 주목을 끄는 주식을 가리키는 신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