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나가고 싶었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밈주식 E에 투자한 이후로 나의 삶은 더욱더 피폐해졌다. 낮에는 국장에서 깨지고, 밤에는 미장에서 깨졌던 것. 밈주식 E는 오를 때는 많게는 100%까지 오르는 힘이 있었지만,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로 큰 낙폭을 보여주었다.
이미 단기간에 3,000%가 상승했으니 결국 되돌림 효과에 의해 응당 떨어져야 하는 것이 맞았다.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쉬운 것이 왜 항상 시장이 열리면 어려워질까? 시장은 냉정했고, 결국 E주식은 나스닥 상장 요건인 1달러 이상 10일 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악재로 인식이 되었다. 결국 주가는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사실 E주식이 단기간에 3,000% 상승했지만, E주식은 2년 동안 그 보다 더 큰 비율로 떨어지긴 했었다. 아마 대부분이 전성기 시절의 가격을 보고 투자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이 간과하고 있던 것이 있다면, 회사가 주식을 지속적으로 발행하여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주식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던 점이다. 특히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적으로 유통가능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악재로 통한다.
주식 수가 많아지는 건 결국 희소성의 법칙에 따라 주가의 희석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위를 모두 따져봤었어야 하지만,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히스토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위에 올라타지 못해 FOMO가 오는 것이 오히려 더 두려웠다.
도박에 실패한 사람들을 위해 어떤 이가 만들어 놓은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어떤 정보라도 얻기 위한 것이었다. 채팅방에 들어가 보니 대략 50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다. 99%는 주가가 하락하여 주식을 팔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E종목 주식채팅방이었지만 채팅방은 다양한 주제로 채워졌다. 자신이 먹은 음식, 쇼핑한 것, 최근 뉴스거리 등. E종목의 상승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익명의 사람들에게서 어떤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오픈채팅방의 한가지 장점은 일일이 주가를 확인하지 않고서도, 시장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채팅방 사람들의 반응이 시시각각 올라왔기 때문이다. 주가가 지지부진하다가 한번 잘 갈 때면, '영차영차', '제발 00원까지만 가자' , '가즈아' , '깨즈앵' 등 온갖 긍정이 섞인 언어들이 채워진 반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테면 '하...' '탈출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떨어질까요?', '납치당한 분 들어왔네' 등 부정적인 언어들이 채워졌다.
단톡방 사람들의 수는 점점 더 많아졌다. 이 말인 즉,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는 말이다.
한 배를 탔고, 배의 인원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배는 과연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꽉꽉 채워질 것인가. 결국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침몰할 것인가.
밈주식은 그렇게 나에게 또 한 번 잘못된 투기의 쓴맛을 남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