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로 깡통 찬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극복의 기록
#3. 공모주의 덫
어떻게 보면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은 공모주의 맛을 본 이후부터인 것 같다. 2023년 말 상장한 A종목에 돈을 넣기 전, 나는 물려있던 종목이 오르내리는 걸 지켜보며 적극적인 투자 생활을 하진 않았다. 매매를 빈번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상에는 그리 큰 지장이 없었고, 단지 -30%가 찍혀 있는 계좌를 볼 때마다 약간의 스트레스를 느낄 뿐이었다. 가끔씩 ‘국내 종목 실시간 BEST' 탭을 눌러 시장의 분위기를 살피는 것을 제외하곤 시장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는 평범한 나날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실시간 인기종목 가운데 한 종목이 무려 150% 상승한 것을 보았다. 주식을 잘 모르는 나도 하루 최대 상승 하락 폭이 30%로 제한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실로 희한한 일이었다. 궁금한 나머지 네이버에 그 종목을 검색해 보니, 갓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신규 상장 종목(공모주)에 해당했다. 신규 상장주는 상장일에는 상승 하락폭이 300%까지 열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불연 듯 생각했다.
'물려 있는 종목을 팔아버리고 앞으로 상장하는 신규주에 투자하면 10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가까운 시일 내 상장하는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한 종목을 발견했다. 바로 A종목이었다. 국내 20대 그룹의 계열사이기도 한 A종목은 공모 청약에서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나는 A종목이 상장하는 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고 A종목을 거래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나름의 분석을 토대로 낸 결론은 이러했다.
1. 동시호가가 100% 미만으로 내려갔을 경우, 매매하지 않는다.
2.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 하단을 지지하고 있을 때 들어간다.
3. 주식을 매입하고 -2~5%로 떨어질 경우 손절한다.
이것은 실로 도박이었다. 메모장에 적어놓은 나의 매매전략을 다시 한번 읽으며 출근했고, 희망과 불안을 안고 9시부터 증권사 어플을 켜놓고 주가의 등락을 살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매매를 하지 못했다. 설마설마하며 주저하고 있는 동안 주가는 순식간에 300%를 기록해 버렸고, 매수잔량이 어마어마하게 쌓이기 시작했다. 전략대로 했더라면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 텐데 라며 속으로 아쉬움을 삭혔다.
다음 날, ○○○은 또 한 번 엄청난 변동성을 보여주었다. 오전에 큰 폭으로 상승하는가 싶더니 오후에는 큰 폭의 하락이 있었다. 무거운 우량주들 같은 경우엔 10~20% 등락은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주가가 어떤 라인에서 지지하는 움직임을 포착하고 계획에 없었지만 기어코 그 종목을 매수했다. 물려있던 종목의 손실을 확정하고 도박판에 뛰어든 순간이었다.
주가가 오르길 오매불망 기다렸다. 주가는 요동치며 아래위로 심하게 흔들렸다. 주가가 크게 흔들릴 때마다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체결량은 어마어마했다. 주식시장의 모든 돈이 ○○○을 향하고 있는 듯했다. 다행인 것은 종가 기준으로 계좌는 수익을 기록하고 있었다. 기뻤다. 나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주가는 시간외단일가 거래에서 다시 큰 변동성을 보여주었다. 5시까지 주가는 6차례 등락을 거듭하며 결국 하한가를 기록했다.
시간외 거래는 확정된 손실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하한가를 기록할 땐 다음날 그에 상응한 혹은 그보다 더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주가는 5시를 기점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간외 거래가 끝나는 시점인 6시엔 주가는 +5% 정도의 큰 상승을 기록했다. 어질어질한 하루였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온 이후로도 나의 온 정신은 A종목에 팔려있었다. 네이버 종토방과 유튜브, 블로그와 카페 등 종목에 관한 모든 이슈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사실상 아무 의미 없는 짓이긴 했지만 말이다. 누군가는 얼마까지 오를 거다, 누군가는 이미 많이 올랐다며 각자의 논리를 펼쳤다. 긍정적인 이야기엔 순간 안도를 하고, 부정적인 이야기에는 가슴을 졸였다.
다음날 종목은 다시 한번 상승 가도를 달렸다. 내 생애 처음으로 상한가를 맛보았고, 이것이 바로 돈복사란 걸 여실히 경험하였다. A종목을 저점에서 매수한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손절로 인한 손실은 메꾸고도 남았으며, 나는 +가 찍혀있는 나의 계좌를 보며 흡족해했다.
찰나의 긴장감을 이겨낸 후의 불로소득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