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성산
매일 타는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손에 든 핸드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이지 않는다. 나 역시 그들과 같은 얼굴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이제까지 많은 역들을 지나쳤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뒤로 점점 인간은 사고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 같다. 삶의 의미를 찾고 숨은 가치를 발견하는 추론의 기쁨을 기계에게 빼앗겼다.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자리를 순식간에 교체해 버렸다. 클래식은 구식이 되고 빠른 속도가 주는 편리함은 느림의 미학을 대체했다.
사는 것이 피곤하고 삶이 고될수록 회복에 대한 열망은 커진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기술이 주는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자극적인 즐거움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기술이 제공하는 쾌락은 자연이 주는 휴식을 대체한 것 같다. 첨단기술의 혜택을 누릴수록 사람들은 자연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도시는 우리를 격리시키는 장벽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자연을 찾지 않는다. 그래서 평일 내내 지친 몸을 이끌고 산을 찾아가는 데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 편리함에 길들여진 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려면 용기를 내야 한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밀린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는 주말. 이제 상식으로 잡은 이 안락함을 거부하고 등산화를 꺼내 신고 나는 산으로 간다. 묵묵히 산길을 걷는 동안 번잡했던 마음은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산에서 복잡한 머릿속을 비울 때도 있지만 좋은 생각을 떠올릴 때도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생각하는 여유다. 깊은 산속에서 사유하는 즐거움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을 품고 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게 시달리다 보면 가만히 앉아 생각을 정리할 혼자만의 시간은 없다. 산은 인간에게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이름을 되찾아준다. 정상의 바위에 앉아 푸른 등을 드러낸 산을 바라본다. 습관처럼 따라붙던 조바심을 밀어내고 흘러가는 시간을 잊는다. 편안한 기분으로 퍼즐을 맞추듯이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마음은 안정을 찾는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엷은 미소는 무표정한 얼굴로 살았던 날들을 잊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