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 산은 늘 고요했다

성암산

by 김태민

남들보다 마음이 약한 사람이 있다. 누군가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약해빠졌다는 핀잔이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남의 시선이나 평가보다 더 중요하다. 사람들의 늘어놓는 말은 잠깐일 뿐이다. 훈수나 충고를 하는 어느 누구도 인생을 책임져주거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말뿐이다. 나는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적당히 듣고 흘리고 알아듣는 척하며 넘기며 살았다. 나는 마음이 약한 사람이다. 내 마음을 알아서 챙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


훈수는 여름철 장마와 닮았다. 한 번 시작되면 끝없이 쏟아지는 것과 그칠 줄 모른다는 점이 비슷하다. 사람의 입은 틀어막을 수 없다. 입을 열어서 한 번 운을 떼면 화를 부르기 전까지 혀는 쉬지 않고 움직인다. 애정과 관심을 핑계로 가슴을 찌르는 말은 일방적인 폭력일 뿐이다. 말에서 비롯되는 고통은 언제나 듣는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뱉은 사람은 오해라는 핑계를 대고 애정이라는 면죄부를 내세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에 남은 비극은 모두 예외 없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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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진심을 가장해서 흑심을 칼처럼 휘둘렀다. 진심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말은 서로에게 잔인한 치명상을 남겼다. 말보다 더 강력하고 잔인한 공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듣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비수처럼 날아드는 단어의 빗속에서 상처 입지 않을 인간이 있을까? 무책임한 훈수와 조언을 가장한 조롱의 장대비를 막아내며 살아왔다. 사람들 앞에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를 피했다. 덕분에 괜한 시비나 민감한 문제에 발목 잡힐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귀에 덕지덕지 붙은 찌꺼기를 씻어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주말마다 산을 찾았다.


햇살이 내린 산길에 앉아 춤을 추는 나무이파리들이 만들어내는 파도소리를 들었다. 자연의 소리를 싣고 온 바람이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나약한 내 마음은 말로 인해 자주 다치고 망가졌다. 그럴 때마다 산은 나에게 말없는 위로와 회복을 선사했다. 산속에는 나를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산은 말이 없다. 말없는 산은 늘 고요했다. 사람들의 말은 나를 웃고 울게 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산은 나를 언제나 편안하게 품어줬다. 말이 만들어내는 오해와 비극이 없는 산은 피난처였다. 내 이름 부르는 사람 하나 없는 산은 늘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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