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핸드폰을 꺼내서 하고 싶었던 말을 적어본다. 단어는 문장이 되고 감정을 실으면서 몸집을 불려 나간다. 그렇게 완성된 짧은 글은 진솔한 마음을 담은 그릇이 된다.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일 수도 있고 공허한 자신의 내면을 달래는 위로일 때도 있다. 말은 생각보다 빨리 앞서나가지만 글은 생각을 반복하면서 천천히 만들어진다. 쓰는 것은 언제나 생각보다 느리다. 그래서 글은 말보다 실수가 더 적은 편이다. 한 문장씩 쓰다 보면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 확인하게 된다.
감정은 언어라는 옷을 입고 읽는 사람의 마음과 만날 준비를 한다. 그러나 그 옷을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말과 글은 표현하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이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하고 생각 없이 쓰다 보면 후회로 남을 수도 있다. 친한 사람일수록 심리적으로 가까운 거리가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진솔한 감정과 분명한 진심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늘 신중하게 마음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렵다. 글을 쓰는 것과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면을 채운 문장의 꼬리를 하나씩 잘라낸다. 여러 갈래로 퍼진 나뭇가지를 쳐내듯 단어를 자르고 문단을 늘렸다 줄여본다. 할 말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정리해 보면 쓸데없는 소리만 가득했다. 말은 흐르는 물과 닮았지만 글은 돌과 비슷하다. 깎아내고 덜어내면서 적합한 모양으로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붉게 물드는 하늘을 보면서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다. 완성된 글을 전송하지 못하고 복사해서 메모장 속에 붙여 넣기 했다. 조용히 마음을 닫았다.
산 정상에서 바라본 노을이 아름답다는 말과 함께 사진을 찍어 보낸다. 하고 싶은 말 대신 사진을 선택한다. 결국 전하지 못한 말은 다음을 기약하면서 핸드폰 속 메모장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항상 어렵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남들보다 늦게 어른이 되는 사람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습관이 생겼다. 부족한 점을 당당하게 인정한다.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하다.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되자고 다짐한다. 조금 더 솔직한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