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작은 용기를 내면서 살았다

구룡산

by 김태민

일을 하다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씨름할 때가 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봐도 참신한 생각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책상에 앉아 뻑뻑해진 눈을 연신 비비며 모니터를 노려봐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먹구름처럼 몰려온 스트레스가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점심시간이 지난 늦은 오후의 엘리베이터는 한산했다. 제일 높은 층에 내려 계단을 올라가면 옥상정원에 도착한다. 새파란 풀과 나무가 가득한 정원은 늘 푸른빛 속에 있었다.


물기를 머금은 잔디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걸으면 기분이 좀 풀렸다. 싱그러운 녹색빛이 지친 몸과 마음을 물들이는 것 같았다. 빌딩 숲사이 숨어있는 옥상정원은 꼭 섬 같았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은 푸른 숲을 품은 거대한 육지처럼 느껴졌다. 한 바퀴 돌고 나면 벤치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봤다. 흘러가는 구름을 하나씩 눈에 담다 보면 잡생각은 천천히 사라졌다. 일을 할수록 늘어나는 건 역량이 아니라 머리를 비우는 요령이었다.


K35718 <구룡산> NFT digitalart 2023

옥상정원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내려와 책상에 앉으면 그럭저럭 일을 할 수 있었다. 유레카를 외칠 만큼 기상천외한 명답을 찾은 적은 없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만한 적당한 해답 정도는 끼워 맞출 수 있었다. 진이 빠지지 않도록 체력과 심리적인 여유를 아껴가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일 년은 짧고 한 달은 순식간에 지나가는데 일주일은 늘 길다. 무사히 한 주를 견뎌내고 나면 주말에는 산을 찾았다. 산 정상에 올라가면 서울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저 멀리 내가 다니는 회사도 보였다. 수천 명을 수용하는 빌딩은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작은 유리조각을 세워놓은 것처럼 서있었다. 외로운 섬 같은 옥상 정원에서 보던 산에 올라와있는 기분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한눈에 다 들어오는 작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삶. 일주일 동안 저 아래에서 있었던 일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주말이 끝나고 다시 저곳으로 돌아가도 별일 없이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작은 용기를 내면서 살았다. 별 탈 없이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니 참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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