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세월은 참 빠르다. 한 해의 시작을 알렸던 겨울의 머리를 지나 지금 시간은 여름의 허리를 지나고 있다. 일주일은 길어도 한 달은 빠르게 흘러가고 일 년보다 십 년이 더 빨리 지나간듯한 느낌이 든다. 가끔씩 나이라는 단어를 실감할 때면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된다. 30대 초반에는 마냥 불안했다. 중반을 넘어선 현재 여러모로 이전보다는 괜찮아졌다. 차분해졌다기보다 익숙해졌다는 표현이 걸맞을 것 같다. 불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불만에 적응하는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걱정이나 불안은 삶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낮과 밤이나 동전의 양면처럼 기쁨과 슬픔은 한 몸이다. 내일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오늘의 불안도 몸집을 불려 나간다. 삶에 대한 애착이나 성취에 대한 미련이 없는 사람이라도 불안과 걱정을 품고 산다. 살아있으면 인간은 늘 걱정을 그림자처럼 달고 산다. 즐길 수 없다면 피하면 좋겠지만 피할 수 없으니 그나마 적응하는 쪽을 택했다. 염려한다고 풀리지 않던 문제가 해결된 적은 없다. 어차피 고민도 결정도 스스로의 몫이다. 생각과 행동 사이에 망설임은 필요하지만 성공과 실패 사이에 걱정은 필요 없다.
살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안 좋았던 최악의 사건도 있었고 오랫동안 불안에 시달렸던 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매일 이어지는 평범한 삶은 언제나 걱정을 이기고 당연한 일상은 근심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어떤 일이든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다 지나가고 사는 동안 다 괜찮아졌다. 자연은 걱정 없이 세월을 맞이한다. 폭설이 내리는 겨울의 산이나 폭우가 쏟아지는 한여름의 산이나 묵묵히 계절을 떠나보낸다. 시간은 그저 지나갈 뿐이다. 휘말리거나 휘둘리는 것은 욕망과 근심을 품고 사는 인간의 마음뿐이다.
지난 주말에 가까운 산을 찾았다. 푸른 여름의 산은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이 생기로 가득했다. 초록빛 이파리를 한가득 달고 있는 나무와 햇살을 실어 나르는 계곡의 물줄기까지. 시야에 들어온 자연은 뜨거운 여름을 이겨내기에 충분한 생명력을 품고 있었다. 하늘을 보고 자라는 나무는 쏟아지는 장맛비를 걱정하지 않고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강물은 한파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살아서 움직이고 행동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생명은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세월은 그저 흘러갈 뿐이다. 겁내지 말고 그 위에 올라타서 더 멀리 나아가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