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원적산

by 김태민

정말 모든 것들을 스스로 100% 선택하며 살아왔을까? 어쩌면 좋은 선택을 했다는 착각을 하면서 살아온 건지도 모르겠다. 늘 선택을 강요받고 있었지만 주도적으로 선택할 만큼 자유롭지 않았다. 인간관계와 직업 그리고 정치성향과 종교까지 우리는 빠짐없이 선택한다. 선택이 모이면 취향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라이프스타일이 된다. 내가 선택한 것들이 내 인생을 만든다. 나는 지나온 모든 선택에 떳떳했던 사람일까?

주어진 환경에서 그나마 제일 나은 것을 골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더 나은 것을 손에 넣기 위한 모험이나 도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한 것을 나중에는 선택이라고 이름 붙였던 것 같다. 나이 들수록 삶이 단순해진다는 말은 선택지가 간단해진다는 의미다. 위험한 확률 대신 늘 안전한 것만 쫓다 보니 양자택일에 자주 직면한다. 그러나 정작 쉬운 선택일수록 후회가 크게 남는다. 나이가 들어도 아쉬움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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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간단한 선택이든 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든 후회가 남았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살아온 삶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합리화했던 것 같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면서 외면하고 넘어간 적도 많았다. 산을 올라가다 텅 빈 의자에 앉아 한숨 돌리다 보면 천천히 생각해 볼 여유가 생긴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자신을 속일 수 있는 인간은 없다. 가슴 깊이 남은 후회를 지우기 위해 최선이었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그리고 이유가 길어지면 늘 변명이 되어버렸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6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생각이상으로 길다. 그렇게 오래 배우면서도 정작 인생에 길잡이가 되는 가르침은 없었다. 성인이 되면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고 한 번씩 크게 깨지면서 전부 새로 익혀야 했다. 배우는 것과 익히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행위였다. 어른이 되는 법을 아직도 배우고 있다. 지금보다 익숙해지면 그때는 선택도 결정도 좀 더 현명하게 할 수 있을까? 아직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먼저 기대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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