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악산
가파른 산등성이보다 완만한 능선을 오를 때 더 신중해진다. 안전해 보이는 곳에서 평정심을 잃기 쉽다. 뾰족한 돌부리도 없고 툭 불거진 나무뿌리 하나 없는 등산로만큼 넘어지기 쉬운 곳은 없다.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나 늘 이런 곳에서 중심을 잃고 스텝이 꼬인다. 위기는 늘 방심하는 순간에 찾아온다.
나이가 들어도 조심성은 크게 늘지 않는 것 같다. 몇 번 넘어지면서 호되게 아프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게 된다. 등산을 다니면서 평지나 다름없는 코스에서 넘어져 다친 적이 있다. 안일함은 늘 사고를 부른다. 현명한 사람은 늘 긴장하면서 위험을 피해 가지만 나는 엉덩방아를 찧고 나서야 후회했다.
살아가는 일은 산을 오르는 것과 정말 많이 닮았다. 위기는 조심성 없는 안일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다. 차분하게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올라가면 되는 산을 급하게 정복하려 하면 쉽게 넘어진다. 빠르게 올라가려다 발목을 삐끗하면 몇 주는 꼼짝없이 고생해야 한다.
꾸준히 그러나 천천히. 산에서 넘어지면서 내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산은 조급한 사람에게 호된 가르침을 준다. 안일한 마음과 조급한 생각을 버리고 집중해서 내딛는 한걸음. 어떤 길도 만만하게 보지 않고 신중함을 잃지 않는 일. 중심을 잡아주는 인생의 평정심을 산에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