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방산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었다. 어린 시절은 지루한 객관식을 고르면서 지나갔다. 어른이 되면서 달라진 점은 객관식보다 서술형 주관식이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사회는 주입식 교육을 10년 넘게 강요하더니 정작 어른이 되자마자 창의적인 선택을 요구했다. 그러나 참신한 해법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명쾌한 해답을 발견한 극소수의 성공을 바라보면서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어른이 된 지 십수 년을 훌쩍 넘겼지만 멋진 해법을 찾는 일은 없었다.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만나면 오래 고민하면서 괴로워했다. 스스로가 유별나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대화를 나눠보면 다들 비슷한 상황이었다. 어차피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다. 토요일이 지나면 버려진 로또용지가 길가에 가득했다. 인생이라는 주관식은 여전히 어렵다. 선택해야 하는 순간은 늘 부담스럽다. 늘어가는 고민을 덜기 위해 술잔을 비우는 것이 흔한 어른의 모습이다. 맨 정신으로는 결정하기 힘든 게 삶인 것 같다.
산에서 가끔 길을 잃어버리면 시계에 달린 나침반을 바라본다. 빨간 바늘은 언제 어디서나 같은 곳을 향해 있다. 물리법칙을 따라 움직이는 나침반의 바늘은 흔들려도 결코 틀리는 법이 없다. 어려운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한 번씩 나침반을 꺼내본다. 살면서 몇 번이나 길을 잃어버렸던 적이 있다. 완벽한 선택을 해본 적도 없고 원하는 멋진 해답을 이끌어낸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하지 않는 것은 뭘 하든 아쉬움이 남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길을 잃고 좀 헤매더라도 나침반을 따라 다시 걸어가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누군가를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비교하는 순간 사람은 비참해진다. 후회하기보다 반성하고 실망하기보다 기대하면서 사는 쪽이 낫다. 행운이라는 이름의 요행보다 행복을 찾는 과정을 선택하면서 살자. 어차피 나만 힘든 것도 아니다.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부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 지루한 일상이 계속되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함이 없어도 매일매일 살아가는 것 자체가 용기다. 나침반의 바늘이 흔들리지만 틀리지 않듯. 흔들려도 괜찮으니까 방향성만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