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를 입고 나가려는데 옷이 헐렁한 느낌이 들었다. 볼에 그늘이 진 것 같아서 체중을 측정해 보니 1.7kg나 줄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올여름 3kg 정도 체중을 늘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살이 빠져버렸다. 운동량은 늘렸는데 닭가슴살이 너무 먹기 싫어서 조금만 먹었던 것이 문제였을까? 유산소를 늘린 것이 역효과였나? 머릿속에 물음표가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졌다. 한 번 살이 빠지면 다시 찌우는 일은 정말 힘들다. 근육량을 쉽게 늘리는 요령은 없다. 근력운동을 하면서 땀과 고통을 쥐어짜 내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간식도 잘 먹지 않는 데다 끼니 이외에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 나로서는 체중을 불리는 일은 고역이다.
워낙 마른 체질이라 체격을 키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살을 빼는 것도 힘들지만 마른 사람이 살을 찌우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30kg 가까이 불리면서 체격을 크게 키웠다. 운동으로 잘 유지하고 있지만 무리하거나 한 번씩 아프면 살이 빠진다. 무엇보다도 글쓰기는 상당히 많은 체력을 소모하는 작업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창작은 근본적으로 뇌를 쉬지 않고 굴리는 활동이다. 하루종일 화면을 보면서 문장을 만들고 단어를 배열하고 글의 내용을 다듬다 보면 머리가 멍해진다. 날씬하거나 마른 체형을 가진 작가들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림 그리는 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글을 쓸 때는 소재와 주제 그리고 방향성을 떠올리고 시작한다. 기초공사를 끝낸 집을 떠올리면 된다. 그러나 그림은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서 시작한다. 스트레스가 글보다 훨씬 심한 편이다. 한창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그림을 그리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다들 말랐었다.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고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하는데도 날씬한 사람들이 많았다. 글은 쓰는 과정이 힘들고 그림은 시작하는 과정이 괴롭다. 둘 다 병행하다 보니 내가 먹은 칼로리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 버리는 것 같다. 기껏해야 1,2kg 지만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체중을 늘리는 건 여전히 너무 고통스럽다.
농담으로라도 체중이나 체형을 가지고 사람을 놀리지 않는다. 살쪄서 스트레스받는 사람이나 말라서 놀림받는 사람이나 아픈 건 똑같다. 남자임에도 허리가 25인치에 불과했던 과거의 내 별명은 나뭇가지였다. 어딜 가나 밥 좀 많이 먹으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키우고 나서야 주위에서 잔소리가 사라졌다. 그때로 돌아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운동하고 닭가슴살을 씹어먹는다. 아무리 먹어도 적응하기 힘든 맛이다. 운동을 많이 해도 체중이 줄어든다. 유산소를 줄이고 정말 싫지만 하체운동을 두 배로 늘려야겠다. 감량도 증량도 유지도 다 힘들다. 안 힘든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