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 먹는 감자튀김

by 김태민

우울한 사람들일수록 감자튀김을 선호한다는 연구결과를 뉴스에서 봤다. 과학자들의 연구주제는 정말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자튀김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우울감을 더 잘 느낀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기분과 날씨의 변화에 따라 당기는 음식이 달라진다.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도 영향을 준다. 가슴이 갑갑하고 힘들 때 술을 찾는 사람도 있고 기분이 좋을 때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술은 사람들과 함께 기분 좋은 날에 마신다. 그러다 보니 살면서 한 번도 혼자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 하지만 감자튀김이나 감자칩은 생각나서 혼자 곧잘 사 먹었다. 한 달에 두세 번 많으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먹었던 것 같다.


트러플향이 첨가된 감자칩이 맛있어서 최근에 종종 먹었는데 크게 우울감을 느낀 적은 없다. 더 자주 먹게 된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자. 생각이상으로 식습관은 심리상태를 잘 드러낸다. 스트레스받으면 매운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고된 노동 후에 차가운 맥주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근심과 걱정이 늘어나면 식욕이 떨어지는 것을 생각해 보자. 마음 편하게 별 탈 없이 지내는 사람은 변비가 없다. 장이 건강한 사람은 마음도 건강한 편이다. 식습관도 비슷하다. 균형 잡힌 식습관은 안정된 생활환경에서 비롯된다. 힘들다면서 고민을 토로하는 지인들에게 나는 밥을 잘 챙겨 먹는 지를 먼저 물어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보상심리가 발동한다. 평소보다 더 먹거나 덜 먹는 행위 모두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는다. 심리적 허기를 호소했던 친구는 우울하고 힘들 때마다 과식과 폭식을 반복했다. 나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덜 먹고 잠을 많이 잔다. 체중은 줄고 얼굴도 핼쑥해진다. 식습관은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지표가 확실하다. 바삭하게 튀긴 음식을 씹을 때 나는 소리가 불안감을 줄여준다는 글을 봤다. 경쾌하게 씹는 규칙적인 소리가 일종의 백색소음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면의 이상신호를 느끼면 사람의 몸은 여러 가지 대응방법을 내놓는다. 우울할 때 먹는 감자칩은 그런 점에서 일종의 안전장치가 아닐까? 감자칩 한 봉지에 우울감이 사라진다면 나름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달래준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독이 되는 음식은 없다. 술과 담배가 백해무익한 것을 알고 있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약이 되기도 한다. 물론 술담배보다는 감자튀김이 더 낫겠지만 취향의 차이는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 모두가 힘든 세상이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자주 보기 어려운 시절이다. 건강을 해치는 것만 아니라면 먹고 마시는 행위에 관대하게 굴어도 괜찮다. 먹는 것까지 일일이 제한하면서 자신을 몰아세우면 더 많이 지칠 것 같다. 약과 독이 한 뜻 차이라는 파라셀수스의 말처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늦은 밤에 야식으로 샤인머스캣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지인에게 마음껏 먹으라고 말했다. 어쩌다 한 번은 열심히 사는 자신을 위해서 관대하게 넘어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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