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민 Nov 12. 2024

삶은 침몰하지 않는다

슬픔에 빠져도 삶은 침몰하지 않는다.

 누구나 방구석에 처박힐 때가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실패나 실연 그리고 실망은 전부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내면을 들여다봐도 의욕이나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몸과 마음을 지배한다. 우울감과 열패감은 시간이 지나면 죄책감으로 변한다. 무기력한 자신을 책망하고 무능력한 처지에 실망한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고 깨기를 반복한다. 끼니도 거르고 연락도 받지 않는 상태로 작은 방 안에 스스로를 유기한다. 창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나를 내버려 둔 채로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 패배자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럴 때는 우울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다. 마음을 추스르는 일은 늘 어렵다. 툭툭 털고 일어날 때도 있지만 주저앉을 때도 있다. 견디기 힘들고 버티기 어려운 순간이 오면 그냥 쉬자. 한결같은 사람은 없다.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 감정은 날씨와 같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굵은 장대비도 시간이 지나면 그친다. 뜨거운 여름이나 혹독한 겨울도 다 지나간다. 꽃은 흔들리면서 피고 나무는 세찬 비를 맞고 자란다. 시련이나 슬픔은 길고 짧은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나무를 뽑고 산을 무너뜨리는 태풍이 와도 사람들은 잠시 두려워할 뿐 절망하지 않는다. 태풍이 지나가면 가을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결말을 안다면 무서워할 이유는 사라진다. 두려움은 무지에서 나온다. 극심한 우울감이나 실망감에 빠져서 허우적대기도 하지만 삶은 침몰하지 않는다. 기분이나 감정은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나빠졌다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삶을 지배하는 가장 큰 힘은 행복을 향한 관성이다. 크고 작은 행복이 만든 경험이 우리 삶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때로는 기울어지고 가끔 휘어질 때도 있지만 결국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다. 행복을 향한 본능은 관성이 되어 절망에서 나를 건져 올리는 동아줄이 된다. 좁은 방안에 처박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방문을 열고 내 발로 나온다.


 삶은 기쁜 순간보다 힘든 순간이 훨씬 더 많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우울감에 빠져들어도 상관없다. 그럴 때는 그냥 주저앉아서 쉬어간다고 생각하자.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내 손으로 나를 건져 올릴 때가 온다. 그때 털고 일어나면 된다. 늘 냉정하고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쉽게 자책한다. 남과 비교하고 타인의 인생을 정답으로 여긴다. 그러나 남은 결국 남이다. 삶은 철저한 독립시행이다. 그들의 정답이 내 인생에 걸맞은 해답이 될 수는 없다. 남에게 향한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자. 스스로를 책망하지 말고 이제 더는 나를 미워하지 말자.


 힘내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린다면 마음이 심하게 지쳐있는 상태다. 가치 있는 일이나 의미 있는 삶에 힘을 주고 살다 보면 내면의 여유는 더 빠르게 방전된다. 뭘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 다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누런 천장만 바라보는 것도 좋다. 시간은 어차피 흐른다. 삶은 분명히 한 번이지만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나를 몰아세우고 쥐어짜 내서 얻은 성과나 성공은 언젠가 무너진다. 적당히 느슨하게 한 번씩 힘을 빼고 살아도 인생은 나를 비난하지 않는다. 지친 내면을 정리하고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부족하고 남보다 못나서 힘들고 괴롭다는 생각은 버리자. 삶은 길다. 경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승패는 늘 그랬듯이 내 손에 달려있다. 인생은 실패가 성공보다 많다. 실망은 희망보다 흔하게 접하는 감정이다. 그래서 인간은 실수에서 배우고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 아주 많이 지쳤다면 한동안 그라운드에 누워있어도 괜찮다. 오래 누워있느라 허리가 아프고 배가 고프면 결국 일어나게 되어있다. 허기는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가장 뚜렷하게 증명해 주는 본능이다. 배를 채우고 나면 밖으로 나갈 용기도 생긴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전 27화 자신을 파괴하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