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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Dec 26. 2021

추운 겨울 풍경이 그림을 만들다.

겨울이 주는 어린 시절 추억 풍경

차가운 바람이 나의 얼굴을 시린다.


손과 발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서로의 온기를 껴안고 있다. 전선 위의 참새는 자신의 깃털을 퍼덕이며 동장군의 기세를 꺾으려 한다. 하늘에서는 어느샌가 흰 눈이 나의 머리를 적신다. 소복이 쌓이는 눈을 밟으며 밤길을 걷는다.

저 멀리 가로등 밑에 연인들은 손을 잡고 서로의 얼굴에 입맞춤한다. 추위 속에서도 사랑은 서로의 온기를 전달한다.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흰 눈의 빛은 그 연인들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게 쌓이게 한다.


동네를 배외하는 개는 뛰다가 지쳐서 잠시 숨을 들이쉬고 다시 뛰기 시작한다. 군고구마를 팔고 있는 아저씨는 잠시라도 추위를 벗어나고 싶어 연통에 나무를 더욱 넣는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군고구마를 살까 말까 가격을 저울질한다.


옆집 아저씨는 앞 길에 쌓이는 눈을 쓸고 있고 앞집 아주머니는 연탄재를 길에 뿌려 밟고 있다. 혹시 누가 넘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힘껏 연탄재를 깨고 있다.

하늘은 아랑곳하지 않고 흰색의 색종이를 계속 뿌린다.

저 멀리 아이들의 음성이 들린다.


벙어리장갑을 낀 꼬마들은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고 친구에게 눈싸움을 건다. 한 대 맞은 친구는 화가 나서 친구를 쫓아간다. 눈을 한 뭉치 집고 그 친구의 옷 속으로 집어넣는다. 미치겠다. 너무 차가워서 춤을 춘다. 그래도 꼬마들은 신이 난다. 그 속에 강아지 한 마리도 미칠 듯

춤을 춘다.


어느새 밤은 깊어지고 동네는 조용해진다.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도 드문드문 이젠 거리에는 눈만이 남아 있다. 거리에 남아 있던 사람들의 흔적을 흰색으로 묻어버리고 잔잔한 흰빛으로 고요를 만끽한다.


눈 오는 거리를 바라보면 어릴 적 순수함의 세포가 다시 움직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를 들으며 나도 잠의 향연에 빠진다.


four seasons of life 중 by wood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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