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좋아하는 후배를 만났다. 같이 일하다가 부서들이 갈라지며 서로가 다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똑똑하고 책임감이 강한 친구이다. 또한 세무, 회계 업무를 회사에서 하고 있는데 스스로 공부하며 지금은 회사에서 이 분야 탑이 되어 있다. 무엇을 물어봐도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친구는 없다고 자부한다. 후배로 처음 입사할 때는 관심도 없던 친구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영역에서 두각을 보이고 이 친구를 재무실에서 절대 뺄 수 없는 존재로 성장했다.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자기가 전공한 분야가 아닌 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일의 양과 공부의 양이 필요했고 그것을 잘 수행해 왔다는 것이다.
"선배~이젠 제 나이도 있고 넥스트에 대한 삶이 고민이 되네요. 이렇게 일하고 월급을 받지만 과연 나에게는 넥스트는 뭘 지가 고민이 됩니다. 회사에서 일반직원으로는 다 올라왔는데 그다음은 나에게 무엇이 남아있을까요? 더 나아갈 자리는 너무 비좁은 곳인데 그걸 꿈꾸자니 가능성은 적어 보이고 그렇다고 다른 곳을 바라보자니 섣부른 듯하고요. 저도 집에서는 아이와 와이프가 있는 가장이잖아요. 더 성장하면서 가족에게도 큰 힘이 되면 좋겠는데 그런 기회가 올지 그게 불확실하네요."
모든 게 불확실하다. 불확실하기에 늘 선택의 기로에 선다. 어디로 가는 것이 맞을지 누구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지금 위치에 그를 알아주는사람들이 있고 그가 더 비상하는 것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그 주변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긴 시간 동안 봐 온 선배들과 후배들이 남아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들도 어느 상황들이 발생할지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이직을 한다고 또한 나쁜 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을 버리고 연봉을 보고 가야 하는데 그것도 리스크는 있다. 인생의 선택 기로는 누구에게 온다. 그리고 그 순간의 선택들이 기회를 변화시킨다. 여기에 운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상황은 변한다.
"지금이 가장 고민되는 시점일 거야. 아이는 어리고 너는 회사에서 직급으로는 거의 다 올라와 있고 넥스트는 매우 좁은 관문이고 계속해서 회사 내에는 변수들이 발생하고 사람들은 바뀌고~뭐하나 명확하지는 않은 상태고 지금 있는 게 넥스트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모르고 그냥 지금 자리에서 열심히 한다고 잘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나도 직장 다니면서 늘 고민하는 부분이고 미해결 숙제인 듯 해. 그게 너만의 문제가 아닌 회사원들 모두가 고민하는 문제인 듯 해. 평생을 나의 길을 찾아가는 게 우리의 인생이기도 한 것 같고 거기에 운 또는 변수가 작용하여 우리의 방향을 변화시키고 그러니 어찌 우리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겠어. 단, 우리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고 최대한 후회를 작게 하려고 노력할 뿐이지. 나도 많이 고민을 해 왔고 지금조차 고민이 많다. "
우리는 그렇게 또 서로를 이해할 시간을 갖고 서로의 깊은 내면을 이해하고자 했다. 가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드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좋은 후배와 넥스트를 같이 고민해 보는 진지충 같은 시간도 나에게는 너무 소중하다. 그 후배가 더 잘 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이라도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 그리고 그 후배가 또 좋은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는 선배로서 성장했으면 한다.
누구도 인생의 길을 예단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린 불확실함을 걸어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인생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길을 같이 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는 축복이고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