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DYK Nov 05. 2022

골목길이란? 감성의 공간

우리는 감성의 본능을 잃지 말아야 한다.

골목길은 늘 아이들이 뛰어놀던 장소였다.


주택의 좁은 골목은 이웃들이 나와 이야기 꽃이 피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늘 이웃과 오고 가며 인사하고 더우면 돗자리를 펴고 앉아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추울 때는 연탄을 쌓아 놓기도 하고 타고 남은 연탄재를 쌓아 놓았던 곳이다. 아이들에게는 딱지 치기와 구슬치기, 오징어 게임 등을 하는 추억의 장소였다. 사회가 도시화, 산업화될수록 인구가 집중되고 땅이 작은 한국의 특성상 밀집도가 높아져야 하는 상황에서 주택은 사라지고 아파트가 대부분의 땅에 들어서게 되었다. 아파트는 굉장히 효율적이고 편안한 주거 공간이다. 또한 아파트가 없었으면 아직도 도시는 정비되지 않은 상태로 혼돈스러웠을 것이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우리가 흔히 걷고 놀던 골목은 사라지게 되었다. 잘 정비된 큰 도로들이 들어서고 차들이 다닐 수 있는 아스팔트가 깔리기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앉아 이야기할 공간이었던 골목길은 커피숍으로 대체되었다. 인생의 고단함을 골목길에 앉아 이야기하며 보내는 시간을 이제는 깨끗한 내부 공간을 갖춘 커피숍에서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골목길은 사라진다.


그리고 큰 대로들이 생기며 주변의 환경이 변한다. 골목길은 사람들이 다니던 곳이기에 차들보다는 사람이 우선이었다. 차들이 들어 올 수도 없는 골목길이 대부분이었다. 골목길은 사람들에게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하지만 대로변의 정제된 거리는 속도가 빨라진다. 찬찬히 생각하고 걸어갈 시간이 없다.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간다. 도로는 차를 위한 속도감이고 골목은 사람이 걸어가는 느림이 존재한다. 요즘 들어 더욱더 골목길에 향수를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그 장소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겨울에는 군밤, 군고구마를 파는 사람들이 있었고 아이들은 눈이 오며 눈이 쌓이는 골목길에서 눈싸움을 하고 있었고 어머니들은 늘 걸어 다니는 길이기에 이웃을 늘 마주하는 공간이었다. 이제는 서로를 마주할 공간이 사라졌다. 아파트의 닫힌 문들이 존재하고 큰 도로의 속도를 이겨낼 걸음걸이는 사라졌다. 카페 공간은 이웃의 따뜻함보다는 편안함의 따뜻함이 존재할 뿐이다. 사람들은 향수를 느낀다. 골목길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 가로수길, 경리단길, 삼청동의 골목길 등 골목의 가치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오히려 사라지니 그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속도감을 강조하는 시대이다. 효율화를 중요시하는 시대이다. 소위 어릴 적 낭만과 추억이라는 것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린아이들은 골목보다는 휴대폰의 화면 속에서 현실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한다. 학원의 친구들은 경쟁을 하는 존재이지 친구로서의 의미를 상실해 간다. 사람들은 서로가 얼굴을 보며 부딪히고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고 낭만을 이야기하며 추억을 만들어 간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더욱 작아지고 사라지고 있다. 골목길이라는 추억의 장소가 현대화된 세계에서는 골동품이 되어간다. 그런 추억과 낭만을 보기 힘들어지니 사람들은 느리게 걷고 사람들이 모이는 골목길을 찾아가는 역 현상이 벌어진다. 골목길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리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 속에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길의 좌우가 있지 않기에 스스로가 방향을 정해 걸어간다. 골목길에 있는 작은 샵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들을 골목길에서 만들어 간다.



이태원 골목길이 아픔의 현장이 되어 너무 안타깝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고통과 슬픔을 누구도 치유해 주지 못한다. 골목길이 혼돈의 공간이 되었고 슬픔의 공간으로 변했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인재이다. 참 안타깝고 슬픈 상황에서도 누구도 책임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핑계와 어이없는 언어유희로 슬픔에 빠진 국민들을 우롱하는 듯하다. 아프다는 것은 본인이 직접 아파서가 아니라 공감을 할 수 있는 감성이 살아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가 건조하고 감성이 사라지는 시대라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의 본능은 몸속에서 지우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어떤 공감도 감성도 느낄 수 없음에 참 안타까움을 느낀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더는 무엇을 고민하는가?당신에게 롤모델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