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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Jan 11. 2023

김치라는 음식이 주는 기분 좋은 이야기

김치는 사랑이고 어머니이다.

한국의 전통음식이면서 흔한 음식이 김치이다.



음식이라는 표현보다는 반찬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가 차려 주신 음식에는 김치가 빠진 식사는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 김치는 반드시 식사에 참여하는 대표 선수였다. 반찬이 없어도 김치 하나면 밥 한 공기는 충분히 뚝딱 처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음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김치는 흔했다. 당연히 동네 모든 집에는 각자의 맛을 내는 김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김치를 만드는 맛은 뭐니 뭐니 해도 손맛이라고 하던데 각 집마다 김치 맛은 분명 달랐다. 재료를 달리 쓰고 김치를 만드는 물이 달랐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수자원 공사에서 공급하는 식수가 아니라 각 집에서 지하수를 파서 물을 사용했기에 물맛이 달랐다. 지금처럼 아파트가 많던 시절이 아니다 보니 그런 환경이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한국에 김치 종류가 336 종 정도라고 한다. 야채와 절여서 김치 형태로만 만들어도 모든 것에 김치라는 용어를 붙여도 무방할 정도로 김치는 무한대의 영역이다.



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어린 시절에는 관심 있게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늘 김치를 만드시는 어머님은 볼 수 있었다.


넉넉한 환경이었다면 김치보다 다른 음식과 반찬들에 신경을 썼겠지만 가장 저렴하고 양을 많이 만들 수 있는 반찬으로 김치가 선택되었고 가성비 대비 입맛을 잡기에는 김치만 한 것이 없었다. 어머니가 해 주셨던 김치의 종류도 다양했다. 김장배추김치, 나박김치, 돌나물 물김치, 겉절이, 파김치, 열무김치, 깍두기, 동치미, 오이소박이, 백김치, 총각무김치 등 언제라도 단어만 들어도 입맛이 돋는 김치이름들이다.


김장배추김치는 겨울에 땅에 묻은 항아리에서 바로 꺼내온 길쭉한 배추김치를 대가리를 자르고 큰 종지그릇에 담아 상에 올리면 그 자체로도 비주얼이 예술이었다. 긴 김치를 손으로 찢어 갖 만들어진 따끗한 흰밥에 올려서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동치미도 마찬가지였다. 겨울철 땅에 묻은 항아리에서 통 무를 꺼내 어머니가 쓸어 주신 동치미와 동치미의 시원한 국물을 먹으면 속이 너무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입안과 장에까지 전달했던 기억이 난다.


나박김치는 제삿날에 반드시 등장하는 김치였다. 어머니께서 갓 만든 나박김치를 제사상에 올리고 제사가 끝난 후 식사 자리에서 올리면 나박김치는 인기 아이템이었다. 배와 무, 오이가 빨간 국물과 조화롭게 만들어진 김치를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면 계속 계속 숟가락이 갈 수밖에 없는 김치였다. 돌나물 물김치는 여름에 돌나물을 집안 마당에서 뜯어 나박김치에 재료를 돌나물로 대체해서 넣어 만든 김치이다. 돌나물 향기가 여름 향기를 입안으로 들여보내는 느낌이었다.


겉절이는 지금도 흔히 먹는 김치이다. 바로 배추를 사서 저리고 양념을 넣어 만들자마자 먹는 김치이다. 겉절이는 배추의 식감을 그대로 먹는 느낌이라 배추의 싱싱함과 아삭함이 생명이다. 파김치는 바로 해서 먹는 것도 맛있지만 양념이 베어 들어간 숙성된 김치가 더욱 맛있다. 열무김치는 보리밥에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비벼 먹으면 맛의 끝판왕이 된다. 깍두기는 언제라도 상에 나와서 입맛을 자극하는 김치이다. 먹기도 좋고 깍두기 국물 자체가 풍기는 풍미는 입 샘을 자극한다. 무와 국물을 밥에 넣고 참기름의 고소함과 비벼서 먹어도 한 끼 식사는 거뜬하다. 깍두기는 멈출 수 없는 마약 김치이다.


오이소박이는 오이를 칼로 십자가를 내고 그 속에 양념된 부추를 넣어 씹히는 아삭함과 부추의 향, 오이의 향을 같이 맛볼 수 있는 김치이다. 바로 해서 먹는 맛도 일품이지만 좀 숙성된 상태로 먹어도 너무 맛있는 김치의 종류이다. 백김치는 그냥 시원하다. 매운맛이 전혀 없고 입을 깨끗하고 청량하게 해주는 맛이다. 쉰 백김치 국물은 시원한 사이다를 먹는 느낌이다. 속이 개운해진다.


총각무김치는 숙성이 될수록 풍미가 일품인 김치이다. 총각무를 밭에서 뽑아 다듬고 양념을 해서 담가놓으면 숙성이 된다. 숙성된 총각무김치를 겨울철 땅에 묻은 항아리에서 꺼내 종지에 담아 놓으면 가족들의 손이 총각무김치로 다들 향한다. 큰 총각무를 칼로 자르지 않고 통째로 그릇에 넣어 놓으면 입으로 큰 무를 잘라가며 맛보는 김치의 맛은 일품일 수밖에 없다.  



각 지역과 각 집마다 다양한 김치의 종류가 존재한다. 넣는 재료도 다르고 그곳의 물도 다르기에 각각의 김치 맛은 동일할 수가 없다.


김치가 한국인들에게 사랑받은 것은 어디서나 우리가 맛볼 수 있는 음식이고 밥과 궁합이 너무 잘 맞아 밥을 주로 먹는 한국인들에게는 선호 음식일 수밖에 없었다. 제철 야채로 만들어지고 발효되는 과정을 통해 풍미가 더 진해지는 건강 음식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김치를 좋아했다. 선조들의 지혜까지 담긴 전통 음식이기에 더더욱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젠 밥을 빵으로 대체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해 왔다. 서양식 식단들이 들어오면서 김치는 오히려 국내에서 인기가 줄고 해외에서 k푸드 열풍으로 더 인기가 많아지는 듯하다. 젊은 층에서는 김치를 안 먹는 친구들도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도 자라면서 한식보다는 서양식 위주의 식단을 좋아하다 보니 김치의 수요는 줄 수밖에 없다. 가족의 수도 대가족에서 소가족 형태로 바뀌고 아파트 문화가 정착되면서 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곳이 냉장고로 전환되면서 김치의 종류나 양도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었다.


김치 문화는 복합적이다. 제철 야채를 써서 만드는 신선한 음식이며 건강 음식이다. 또한 기다림의 음식이다.


 바로 만들어서 먹어도 맛있지만 기다림을 배울 수 있는 발효음식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발효된다는 것은 김치의 풍미가 더 진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늘 김치 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어머니이다. 이제는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김치를 맛볼 수는 없다. 동네에서도 김치 하면 어머니를 으뜸으로 언급하셨다. 가족이 대가족이었기에 늘 부엌에서 김치를 만드시는 모습을 접했지만 주변에서 어머님의 손맛 김치를 칭찬하는 말에 늘 어머니는 자부심이 있었고 좋아하셨다. 어머니의 손맛은 이제는 맛볼 수 없지만 김치에 담긴 어머니의 정성은 자식들에게 아직도 살아남아 있다.


김치가 가족들에게 어머니의 추억을 남겨 준 시간이 소중하다.

그런 추억을 되새기고 있는 나를 바라보면 나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추운 겨울철 긴 배추김치를 손으로 찢어 모락모락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흰밥에 올려 한입 크게 먹던 기억이 생각난다. 또한 땅 속 항아리에서 건져온 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국물을 추운 겨울 따뜻한 방에서 한 사발 먹던 추억이 기억난다. 추운 겨울에 땅 속에서 묻어 둔 김치를 직접 꺼내시던 어머니의 차가운 손이 아직도 살아계신 것처럼 그려진다. 김치에 들어가는 어머니의 정성만큼 어머니의 손주름은 더욱 거칠어지기만 하셨다. 살아가는 시간들이 힘든 시간이셨어도 당신의 시간은 모두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소모하시며 사셨다.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은 그런 정성이 있으신 어머님의 손맛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 어머니가 추운 겨울 더욱 그리워진다.



김치는 나에게는 어머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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