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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May 04. 2023

굴곡은 개인마다 슬픈 이야기를 만들지만... 인생은

후배의 인생을 알게 되다.

서로를 깊게 알아갈 시간도 없이 후배가 회사를 퇴사했다.


회사에서 오랜 시간 같이 근무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많았다면 개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겠지만 그럴 기회조차 없이 후배가 퇴사를 했다. 결국 퇴사 후 저녁 자리에서 깊은 대화가 오고 갔다. 퇴사를 한 이유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 결정한 일이었고 늘 사업에 갈망이 있었다고 한다. 허름한 노포에 가서 소주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한다.


"선배님 제 인생이 그렇게 만만치는 않았던 것 같아요. 개인마다 암흑기가 있잖아요. 전 어렸을 때가 정말 슬픈 암흑기였어요. 초등학교 부모님의 이혼, 내 집이 아닌 큰 아버지 집에서의 눈칫밥 기거, 할머니의 보살핌, 기대고 싶지만 기대 때 없는 우울감 등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은 매우 힘든 시간이었어요. 안 해본 일이 없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식자재 배송부터 식당 일, 공사장 일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스스로 일어나려고 했어요. 힘들다고 생각은 안 했어요. 그래도 살다 보면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닥치는 대로 일을 했었고 우리 회사에 들어와 너무 많은 것이 나아지고 멋도 모르는 어린 와이프를 일찍 만나 결혼하면서 삶이 많이 안정화되었어요. 이런 이야기는 처음 하네요."


"후배.. 그렇게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얼굴에는 늘 미소가 있네. 네가 너무 대단한데. 내가 너를 너무 겉으로만 보았어. 이런 깊은 이야기를 알았더라면 더 많은 것들을 서로 공유하며 더 친밀했을 텐데.. 너무 아쉬워. 회사를 그만두고 이제야 내가 너를 더 관심 있게 보게 된다는 게."


"회사에서는 상사이다 보니 저도 선배님에게 사근거리면서 다가서지 못했죠. 조심스럽고. 그래도 편안하게 대해 주셔서 전 좋았습니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만나서 저녁도 먹지요. 저 사람 가리거든요..^^"


"어린 마음에 얼마나 힘들었겠냐. 그냥 그 어린아이가 외롭고 힘든 시간이 머릿속으로 그려져서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초등학교 때 집에 혼자서 어두운 방에서 컵라면을 먹다 밥통에 밥을 말아서 먹는데 밥이 쉰 거예요.. 그때 그냥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숙모가 저를 너무 눈치 주고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아 너무 배고플 때도 있었고요. 그냥 어린 학창 시절은 저의 암흑기였어요. 늘 불안하고 눈치를 보는 사람이었지요. 그래도 회사가 고마운 게 저를 뽑아주고 어려운 과정들을 조금씩 안전화시켜 주며 결혼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너무 좋았습니다."


"대단하다. 바르지 않은 길로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잘 살고 있어서 그냥 내가 고마워. 후배의 깊은 아픔이 지금은 오히려 웬만한 것은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을 줘서 다행이고 그 어두운 시간을 극복해 오는 동안 후배가 많이 성장해서 다행이야. 누구나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있지만 그런 어둠을 뚫고 지금의 모습으로 서 있는 너를 보면 내가 좀 많이 부끄럽게 생각이 들어"


"권투라는 운동을 통해 힘든 부분을 극복하기도 하고 가족을 통해 지금의 저를 다져왔던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인생의 이야기는 존재한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자신을 만들어 온다. 어떤 것은 추억이고 어떤 것은 아픔이고 어떤 것은 처절함일 수도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근육이 부드럽기도 하고 딴딴해지기도 한다.  그런 근육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후배의 인생 이야기는 너무 아프다. 어린 시절의 아픔이 내 몸으로도 느껴진다. 어린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답답해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니 후배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기억들이 미안하다. 언제나 책임감 있게 일을 해 왔고 언제라 미소 지으며 사람을 대했던 후배인데 내가 미처 그 친구의 진면목을 몰랐다는 게 미안하다. 이렇게 진정성 있는 후배가 인생을 같이 살아간다는 게 너무 다행이다. 이렇게 든든한 후배가 서로의 마음을 열고 같이 살아가는 삶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나의 안일한 삶을 야단치고 호통치듯이 후배의 인생사는 나를 자극한다. 어려운 일들에 부딪히면 흔들리는 연약한 사람에게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고 야단을 친다. 누구에게나 인생사는 있지만 어려운 시간을 극복하며 아픔을 이겨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살아오며 지금 내 앞에 미소 짓고 있는 후배가 너무 자랑스럽다. 이런 친구들이 더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선배님 인생 같이 가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지요. 저도 진정성 있게 살아왔고 그렇게 나쁘게 살아오지는 않았으니 남은 인생들 잘 만들어 갈게요."


굴곡은 개인마다 슬픈 아픔을 만들지만... 인생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굴곡의 넘어 또 다른 희망을 만들며 살아간다. 훌륭한 후배를 얻어 기쁘게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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