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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Feb 19. 2024

비 오는 날, 바다를 보다. 바다 같은 넓은 포용력

바다의 포용력은 인간을 겸손하게 한다.


죽지 않으면 더 강해진다라고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역경을 견뎌도 더 강해지지 않을 수 있다. 그저 역경을 헤쳐 나왔을 뿐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 이미 대단하다.

앞에 놓인 고난과 부족한 것만 생각하고 살면 안 된다. 어려움이 닥쳐도 그건 그냥 삶의 한순간일 뿐이다. 결국엔 모두 스쳐 지나갈 순간. 어떤 것에 실패해도 그것이 실패한 것이지, 나의 존재가 실패가 아니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존재다. 그러니 그게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말자. 겨울나기는 여전히 거친 항해와 같지만, 실패해도 우리는 나답게 살 수 있다.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저 >


우리가 가는 목욕탕에는 온탕과 냉탕이 있다. 온탕의 온도는 39도, 냉탕의 온도는 20도이다. 인간의 몸은 37.5도이다. 온탕에 몸을 담가도 온탕 온도는 낮아지지 않는다. 냉탕에 몸을 담가도 냉탕의 온도는 올라가지 않는다. 몸의 온도가 온탕보다는 낮고 냉탕보다는 뜨거워도 탕의 온도에는 영향이 없다. 탕 안의 물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은 온도가 높아도 낮아도 그 상태를 잘 유지한다. 온도가 낮아지면 밀도가 높아지고 온도가 높아지면 밀도가 낮아지는 특이한 물질이다. 그래서 물은 얼음이 되어도 물 위에 뜨고 끓어도 증기가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물은 온도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바꾸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물은 큰 포용력을 갖고 있다.


물은  다른 물질과 섞이기도 하고 흡수하기도 한다.  고체에서 액체가 되고 기체가 되다 다시 고체로 돌아와도 자신의 본질은 유지한다. 넓은 가슴으로 모든 변화들을 담대하게 맞이한다. 물은 자신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른 물질과의 관계를 맺고 끊는 힘을 갖고 있다.


모든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하더라도 바다는 절대 흘러넘치지 않는다. <킹 솔로몬>


물은 평정심을 유지한다.


물은 자신의 온도와 상관없이 자신의 힘과 본질을 유지하고 자신의 모습과 상관없이 자신의 힘과 본질을 나누기 었다가도 회복한다. 구불구불 나아 있는 길에 수많은 장애물을 만나도 본질을 버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사우나의 작은 탕에서조차 인간은 영향력이 미미한데 물을 간직한 바다의 넓은 포용력 앞에 인간은 아무 영양력도 없는 작은 존재일 뿐이다. 미미한 존재임에도 우리는 위선을 부리며 끝없이 원대한 생물체처럼 스스로를 자랑하며 살아간다.


먼발치에서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물결끼리 부딪히며 만든 흰 포말이 모래사장으로 무섭게 달려온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아무 흔적도 없이 평온하다. 잠든 바다처럼 조용하다. 지나가는 뱃 소리만 있을 뿐 바다는 평정심을 간직한다. 모든 것들을 포용할 만큼 안정되어 있다. 이것은 물을 간직한 바다의 힘이다.


바다는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고 지배당하지 않는다. 늘 움직이고 변화하기에 단조로움과는 거리가 멀고, 길들 일  수 없기에 그 누구도 바다에서 안정적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바다가 그렇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바다 앞에서 무력해지는 이유다.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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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물의 포용력과 평정심을 극대화한 존재이다. 바다는 물의 온도와 밀도와 상태를 자유자재로 바꾸면서도 물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 한다. 바다는 다양한 생명체를 품고 누구에게도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품 안으로 넣는다. 바다는 거침과 평온함, 슬픔과 기쁨,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색을 잃지 않으려 한다.


바다는 물의 힘과 평정심을 바탕으로 자신의 모습과 관계를 창조한다. 하지만 비바람이 치면 바다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쉴 새 없이 파도가 밀어친다. 평온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평점심이란 있을 수 없다. 거칠고 맹렬하게 몰아붙인다. 그런 기세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무서움과 평온함이 공존하는 곳이 바다다.


어둠이 내린 밤에 바다를 보면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바다가 있는지 조차 모른다. 숨소리조차 크게 들리는 늦은 밤, 바다는 너무 고요하다. 그리고 어둠을 머금고 내일의 밝은 태양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다.


어둠 속에서의 바다는 마치 대자연의 수면 중 하나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무한한 에너지와 힘이 어둠 속에 잠들어 있다. 바다의 잠은 휴식이 아니라  오히려 그 시간은 자아를 찾고, 물의 힘과 본질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 되어간다.


바다의 어둠 속에서 비치는 그 고요함은 마치 명상과도 같다. 우리는 자주 머릿속의 소음을 멈추고 마음의 바다로 내려가야 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물의 힘과 본질을 깨우치며, 내면의 강함과 평정심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삶의 파도가 치는 상황에서도 우리를 안정시키고 지켜낼 수 있는 에너지를 축척해 놓는다.


바다에 있으면 인간이라도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없고, 모든 것을 계획한 대로 할 수 없다는 교훈을 배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과 마주 할 때가 많고,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분명 설레는 순간도 있다. 그러니 즉흥적이지 않고 최대한 품위와 자신감을 유지하며 늘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저 >


바다의 푸른 심연은 우리에게 존경을 일깨워준다. 그 심연 속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하다. 우리가 아는 세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신비로움이 펼쳐져 있다. 바다는 우리에게 겸손함을 가르치며, 더 큰 세계의 일부임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바다는 언제나 변화한다. 어둠이 지나면 다시 빛나는 태양을 맞이하듯이, 우리의 어둠도 언젠가는 지나가고 희망의 빛으로 밝아질 것이다. 바다의 흐름과 변화를 마음에 새기며, 우리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물의 부드러움과 강함을 간직한 바다는 우리가 겸손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이 세상의 삶과 죽음을 모두 이해하며 포용하는 크나 큰 우주이다.


비오는 날 바다를 바라보며 작은 존재의 나를 생각해 본다.


바다는 파도가 오지 않도록 억지로 막거나 무리하지 않는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냥 다가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있듯 인생에도 올라갈 때가 있고 내려갈 때가 있다. 그 움직임을 거스르기보다는 곁에서 함께 움직이는 편이 낫다. 노련한 바닷사람처럼 바람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바람을 역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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