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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Dec 04. 2023

 긴 겨울밤 웬 중고책! 50대 가장 혼자 살기

중고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그리고 중고책이  긴 겨울 친구가 된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도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 <빌 게이츠>


집에 떨어져 혼자 숙소를 쓰니 시간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에는 퇴근 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퇴근 후 방에 들어오면 옷을 갈아입고 턱걸이를 가장 먼저 한다. 움끄렸던 신체를 펴고 자세를 잡는다.


햇반을 데워 대천김, 참치, 김치, 멸치를 식탁에 올려놓고 먹는다. 부족해 보이는 식단처럼 느낄 수 있으나 충분하다. 설거지를 하고 넛트류를 집어 먹는다. 비타민도 챙겨 먹는다. 그리고 잠시 TV를 켜고 빈둥빈둥 시간을 보낸다. TV 보는 시간이 지루하다.


식탁에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새벽에 쓰는 글과 저녁에 쓰는 글은 느낌이 다르다. 새벽의 글은 조용함을 머금고 차분한 정신으로 생각들을 적어나가는 힘이 느껴지지만 저녁에 쓰는 글은 뭔지 모를 지루함을 회피하고픈 생각에 글을 쓰는 것 같다.


새벽의 글이 자연스러움이라면 저녁에 쓰는 글은 의지를 갖고 쓰는 느낌이 든다. 개인마다 글 쓰는 시간과 방식이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새벽 글쓰기를 좋아한다.


밖에 온도가 떨어지고 이른 어둠이 찾아오니 겨울밤은 길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 소리와 어두운 저녁 공기가 밤 동안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지루하거나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도록 만든다는 점이 있다. 그래서 예전 겨울밤에는 동네에 메밀묵과 찹쌀떡을 팔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길을 헤매며 추운 겨울에 사람들을 찾아다닌 이유는 이불속에서 긴 겨울밤의 지루함을 벗어나고자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의 입맛을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밤이 되면 출출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몇 분 거리에 편의점이 있거나 먹을 게 많았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밤에 먹는 메밀묵과 찹쌀떡은 겨울의 별미였다.


숙소에서 기나긴 겨울밤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겠지만 그 시간을 생산적으로 소모하고 싶었다. 집에 다녀오며 알라딘 중고서점을 들러 책을 샀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 교수 책만 6권을 샀다. 일본저자들의 자기 계발서가 너무 단편적이고 단절된 문장으로 쓰인 책들이 많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사이토 다카시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란 책을 읽은 후 이 작가의 책들이 궁금해졌다.


https://brunch.co.kr/@woodyk/742



숙소에서 긴 겨울밤을 보내기 위한 친구로서 책만큼 좋은 게 없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라는 책은 중1 아이에게 선물해 주고 나머지 책들은 숙소로 가져왔다. 베스트셀러라고  세상 시끄럽게 하는 책들은 마케팅 힘도 매우 크게 작용한다. 그런 책들을 빨리 읽고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중고서점에서 이미 검증된 책들을 찾는 재미도 크다.


중고서점에 들르면 경제적 부담도 적지만 미처 놓치고 지나간 책들이 수없이 많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미 지나간 서적일지 모르지만 본인에게는 새 책이 된다. 서적의 상태가 중요하지 않다. 책으로서 가치만 생각하면 된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책을 읽다가 마음에 꽂힌 문장을 발견하면 그 문장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독서노트에 적었으며,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필사노트를 보물처럼 간직하며 수시로 들춰보았다고 한다. 링컨은 평생의 취미로 키케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암송했으며, 칸트는 고대 로마 고전작품을 단 한 줄도 틀리지 않고 암송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한 줄 내공 중, 사이토 다카시 저>


개인적으로 읽고 싶은 책들이 생각나면 휴대폰에 메모를 했다 사서 읽는다. 읽던 책들 중 괜찮았던 기억이 나면 그 작가가 썼던 책들의 목록도 기록해 놓는다. 그리고 생각날 때 중고서점을 향한다.


사온 책들을 펼치지 않고 그냥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쌓아두면 읽게 되고 보이면 손이 간다. 지루한 겨울밤 책을 보며 보내려 한다. 갈수록 객실에 책들이 많아진다.


이미 읽었지만 기억조차 희미한 책들도 중고서점에서 사 오는 경우도 있다. 기록하지 않아 기억이 나지 않다 보니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희미한데 읽다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든다.


 기록하지 않은 죗값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읽은 책들에 대한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서평 쓰는 것도 부지런해야 한다. 읽었지만 정리하지 않으면 정리하지 못한 책들이 밀려있게 된다.


책은 설렘과 안도감을 준다.


혼자 쓰는 객실 내 책이 쌓인다. 안방과 거실,  화장실에도 책을 자유롭게 놓아둔다. 한 권 꺼내보다 다른 책도 꺼내본다.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 곁에 다른 책을 가져가 읽는다. 그리고 피곤함이 몰려오면 안경을 벗고 잠이 든다.


양서는 처음 읽을 때는 새 친구를 얻은 것 같고, 전에 정독한 책을 다시 읽을 때는 옛 친구를 만나는 것 같다. < 골드 스미스>




서점에 가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 특히 중고서점은 시간의 먼지가 묻은 책들의 가치를 되새김질시켜 준다. 그래서 자주 중고서점에 간다.


길고 추운 겨울밤 내 곁에 친구가 되어 줄 중고서적들을 비상식량처럼 쌓아 놓는다. 겨울을 보내기 위해 아궁이에 땔 나무가 있어야 하듯 혼자 사는 객실에는 지혜를 쌓아갈 책들이 있어야 한다.


중고책과 겨울밤이 서로를 위로한다. ' 50대 가장혼자 살기 프로젝트'에  책 속의 수많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책 속 친구들과 대화하며 저녁을 마무리하고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날 시간을 기대한다. 긴 겨울밤 50대 가장의 절친은 책이다.


책은 친구이자 삶의 조력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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