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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Aug 24. 2024

이런 사람이 진짜 친구

서로의 가슴을 이해하는 소수

설명하지마라. 친구라면 설명 할 필요가 없고, 적이라면 어차피 당신을 믿으려 하지 않을 테니까<미국 작가 앨버트 허버드>


6년 전 직원 300명이 넘는 사업본부를 맡아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선 많은 인원들과 사업본부 내 10개가 넘는 업장들을 운영 관리하는 것은 쉽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발령을 받고 갔을 때는 다수의 직원이 저보다도 나이가 많았습니다.


우선 직원들의 마음을 열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서로를 알아야 오해가 없고 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먼저 행한 것은 직원들과 1대 1 면담이었습니다. 직원들의 면담 속에서 나온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과 해결할 수 없는 주제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해결할 수 있는 것 중에 즉시 가능한 것과 시간이 필요한 것을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즉시 가능한 것은 바로 실행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한 것은 면담자에게 왜 지연될 수밖에 없는지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직원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젊은 친구가 운영 관리자로 와서 직원들은 당황했을 것입니다. 당연히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최대한 겸손하려고 노력했고 업장들 다닐 때마다 보이지 않는 백사이드를 들어가 직원들에게 격려하며 서로의 마음을 열고자 했습니다. 팀 회식 자리에는 일정만 맞는다면 참석하려고 노력했고 2달이 지난 후에는 경영설명회와 사업본부가 나가야 할 방향, 일하는 방식에 대한 내용을 직원들에 지속적으로 전파했습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직원들의 반응은 시끈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과의 교감이 늘고 직원들이 마음을 열어주었습니다. 진심과 열정으로 다가간다는 것을 직원들이 알아주고 있었습니다. 모든 직원들이 공감할 수는 없습니다. 51%만 알아줘도 방향을 잡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6년 전 지난 지금, 같이 서로를 이해했던 동료들이 지금 일하는 곳으로 찾아왔습니다. 6년 전에도 서로 마음을 주고받고 진심으로 아끼는 분들이었습니다. 서로가 바쁜 일정으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먼 거리를 시간을 내어 와 주신 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우리가 일할 때 정말 진심과 열정이 있었지요. 누구랄 것도 없이 그 시간의 추억이 지금 이렇게 서로를 이어주는 게 너무 좋습니다. 멀리서도 응원했고 이렇게 찾아온 것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6년 전 운영총괄로 발령 났을 때 당황하셨을 거예요. 솔직히 저보다 다 선배님이시고 젊은 친구가 오니 어색하기도 하셨을 겁니다. 회사에 있을 때나 직급이지 회사를 떠나면 직급은 사라지잖아요. 회사에서 직급이 있다고 직급으로 일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지금이야 회사에 있지만 제가 회사를 떠나면 선배님들을 편하게 형이라고 또는 선배님이라고 부를 겁니다."



그때 열심히 했습니다.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했습니다. 열정도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직원들도 저를 더 성장시켜 주었습니다. 그런 과거가 존재했기에 지금의 이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https://brunch.co.kr/@woodyk/622



6년 전 같이 일했던 동료를 떠날 때 아쉬웠습니다. 그만큼 애정이 많았던 사업본부였습니다. 아끼는 사람들이 존재했기에 더욱 아쉬웠습니다. 회사라는 곳이 한 곳에서 정착해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닙니다. 당연히 때가 되면 다른 일을 위해 배치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아끼는 사업본부를 떠나는 게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도 서로를 아끼고 응원하는 동료들이 그때의 뜨거움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만나면 어떻게 하던 도와주고 싶고 응원해 주려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찐 동료는 소수정예가 됩니다.


세상 살아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겉치레로 인사하며 서로의 공감 없이 스쳐 지나가는 것은 저에게 의미가 없습니다. 자주 보지 못해도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는 소수의 동료들만 있어도 좋습니다. 많은 숫자의 sns보다 현실의 한 두 명이라도 저에게는 힘이 되고 살아가는 큰 에너지가 됩니다.


모두가 너를 힘들게 할 거야 그게 진실이고. 넌 그럴 가치가 있는 놈 하나만 찾으면 돼 <레게 선구자_밥 말리>


별로 먹을 것 없는 저녁임에도 웃고 떠들고 그럽니다. 옛 추억도 이야기하지만 앞으로의 시간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찾아온 인생선배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이렇게 멀리 와 주시고 저에게 너무 귀중한 시간을 만들어 주어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6년 전 사업본부가 이렇게 좋은 선배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 준 소중한 곳이었습니다. 늙어가며 서로 마음으로 의지하고 같이 살아가는 시간들을 만들어요. 사랑합니다. "


어제저녁 시간을 가슴속에 담고 다시 지금의 자리에서 일을 하러 사무실로 향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일하는데 방해될까 봐  회의하는 중에 사무실 앞쪽에 박카스를 놓고 가시면서 전화를 합니다. 방문해서 신세만 지고 간다고 전합니다.


찾아오고 연락하시는 분들 중에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연락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서로가 끌리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분들은 제가 그냥 보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계속 같이 가야 할 분들은 진심에서 우러납니다. 겉치레를 벗어도 진심이 보이기에 서로 편안합니다.


그런 소수만 있어도 행복합니다. 서로의 마음이 따듯해지고 서로가 어디에서든 든든한 응원자가 되어주는 그런 소수만 있어도 행복합니다. 그리고 살아가며 그런 기회를 만났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늘 그러셨습니다. 집에 방문하는 누구에게나 줄게 없으면 시원한 물 한 바가지라도 드리라고 했습니다.


인생선배가 만들어 준 저녁 시간이 인생의 추억 한 페이지를 장식해 주는 듯합니다. 그리고 서로 나이 들어감에 대한 아름다움을 서로에게 공감하며 인생은 이렇게 따듯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말들이 아직도  몸속에 온기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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