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나]3. 버텨야 했기에 외면한 내 마음

by 박동욱

살다 보면,

참 이상한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좋아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보고 싶었지만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다.

마음은 분명히 앞을 향해 있었는데

나는 자꾸 등을 돌렸다.

왜냐고?

살아야 했으니까.

버텨야 했으니까.

그 사람을 향한 마음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이

그날의 나를 더 꽉 붙잡았다.

그건 외면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였고,

슬픔과 애틋함을 삼키면서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방식이었다.

세상은

버티는 법을 먼저 가르친다.

참는 법,

표현하지 않는 법,

마음을 눌러놓는 법.

그렇게 외면했던 감정들이

가끔은 꿈속에서,

문득 거울 앞에서,

문자도 없는 폰을 바라보다가

불쑥 고개를 들이민다.

“나, 아직 여기 있어.”

하고.

그럴 때면

조금 울컥해진다.

그때의 내가 너무 애처럽고,

지금의 내가 너무 미안해서.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건 회피가 아니라

버티는 방식의 사랑이었다는 걸.

참았다는 건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고,

외면했다는 건

그만큼 감정이 컸기 때문이라는 걸.

그러니,

그날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 정말 잘했어.

그렇게라도 살아냈고,

그렇게라도 마음을 지켰잖아.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언젠가 말하지 못했던 그 감정들도,

이제는 나를 울리지 않고

나를 안아주는 마음이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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