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이유 없이 오열한 뒤로도 나는 종종 예기치 못한 순간에 눈물을 흘렸다. 눈물샘의 어딘가가 고장이 난 듯했다. 더는 이렇게 질질 짜면서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E사 동료들에게 묻고 다녔다. 왜 E사에 계속 다니느냐고. 돌파구를 어떻게든 찾고 싶었다. 언뜻 무례해 보일 수 있는 질문을 그들은 성실히 답해주었다.
“경력을 위해서요. 힘들긴 한데 공부가 많이 돼요.”
‘진’은 그렇게 답했다.
“웬만하면 다른 광고회사로 가고 싶죠. 근데 이직할 시간도 없는데 어쩌겠어요.”
‘강’의 답은 다소 달랐다.
“전 일 많이 하는 거 좋아해요.”
‘이’의 답은 그저 놀라웠다. 나는 다 알아들었으면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아 되물어보았다. “뭐라고요? 다시 말해줄래요?” 그러자 이는 비슷하지만 조금 더 진심을 담은 답을 내놓았다. “광고 일하는 거 재밌어요.”
각양각색의 답변이 나왔으나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 모두가 광고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광고인으로 살아갈 다짐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만이 E사에 온 목적이 달랐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고 싶은데 여건상 그건 불가능했고, 그래서 적절한 줄타기를 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E사를 선택한 것뿐이었다. 광고에 대한 애정도 그들만큼 아니었고, 게다가 이쪽에 별 재능도 없었다. 이 사실들을 몰랐던 것도 아니었다. B사에서 인턴으로 지냈을 적 이미 한번 깨우쳤던 것이다. 그런데 왜 또 광고 업계에 발을 들였던 걸까. 학습 능력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동료들의 답변을 참고삼아 E사를 보다 잘 다니려 했으나 도리어 다른 결심이 섰다. 나는 E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동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들과 다르구나. 그렇다면 내 행보 또한 그들과는 달라야 하겠지.
정규직 자리는 확실히 달콤했다. 보는 것도, 배우는 점도, 보람을 느끼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내 일상을 헌신하면서까지 일하는 건 도저히 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너무 애 같은 발상인가? 안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지금 나는 행복하지 않는데. 그것만으로 E사를 떠날 이유가 충분히 됐다.
나는 E사를 나가기 전로드맵을 그려보았다. 그 결과, 세 가지 계획안이 나왔다.
-여기까지 미리보기입니다- 혹시 나머지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책<과로사 할래? 퇴사 할래?>에서 감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