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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수수께끼의 사내가 살고 있다. 그의 정확한 직업은 알려진 바 없다. 실타래에서 실이 술술 뽑히듯이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동네의 아줌마들조차도 그의 직업을 특정 짓지 못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다가 사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법 치면, 아줌마들의 관심은 마치 불을 막 붙인 성냥개비처럼 활짝 타오르다 물음표로 마무리된다. 그의 생활 패턴이나 행동들이 무료한 일상을 반복하는 아줌마들의 상상력으로는 좀처럼 답을 만들 수도, 내놓을 수 없는 것이다. 몇 번 사내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작은 실마리조차 잡히지 않는 미스터리는 아줌마들 사이에서 흙 속의 진주처럼 조금씩 빛을 잃어갔다.
그는 가끔씩 북극과 남극을 오간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는 남극으로, 언젠가는 북극으로 다녀온다는 것이 사내의 아파트 경비원의 설명이었다. 말이 없는 그는 동네 누구와도 일체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경비원의 고백 역시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칠십이 먹은 노인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말을 만들어낼 이유도 없는 것이다.
경비원 노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일 년의 절반 이상을 집을 비운다. 사내는 이때마다 경비실로 찾아온다.
사내는 "한 달간 남극에 다녀옵니다. 빈 집이니 신경 써서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한다.
190cm 가까이 되는 큰 키의 사내가 정수리가 보일 정도로 허리를 꾸뻑 숙여 인사하고는 경비원에게 풀을 먹인 듯 빳빳한 하얀색 봉투를 건네고는 사라진다. 누구나의 예상처럼 봉투에는 돈이 들어 있다. 그것도 빳빳한 신권으로. 경비원 노인에게 '얼마 나요?'라고 물어봤지만, 노인은 찌그러진 얼굴에도 빙그시 웃음을 지을 뿐 액수를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한 달 뒤 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하얗게 터버린 입술 가지고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는 "열흘 정도 북극에 다녀옵니다. 빈 집이니 신경 써서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인사를 꾸뻑하고 하얀 봉투를 내밀고는 사라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