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간지 어언

10년도 더 됐나 봅니다.

by 김욱곤
(이미지출처:Rasso day) 요즘은 영화관이 화려하다지요?


생각해 보니 영화관을 안 간지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무엇이었던가 기억에도 없는 걸 보니 이쯤 되면 영화 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간단하게 증명된 셈입니다. 저의 영화관 출입은 대부분 대학 다닐 때 친구들과 함께, 수련받을 때 의국원 또는 직원들과 함께, 그리고 결혼해서 가족과 함께 한 정도입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서는 억지로 찾아서 영화관 갈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 상영관에 가고 게다가 관심이 없는 영화라도 가게 되면 대개 졸다 나오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그냥 영화관에 다녀왔다! 그 정도일 뿐 줄거리나 특정 영상에 대한, 아니면 주연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내게 그다지 다가오지 않는 사안일 뿐이었습니다. 액션물처럼 친구들과 killing time 목적의 영화만 졸지 않고 볼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한 시대의 뉴스거리가 되고 100만 관객, 1.000만 관객의 신화를 일궈 낸 영화를 보았는가? 누가 묻기라도 하면 그냥 시큰둥하게 답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렇다 보니 배우에 대한 관심도도 슬쩍 덜하고 무엇보다도 극의 흐름과 전개가 얽히고 얽혀 어떻게 전개되는지 헛갈리는 극은 이제 미움의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래도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그나마 좀 낫습니다. 끝나는 시간이 대략 정해져 있고 그 시간 안에 결말을 확인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몇 부 작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회 꼬인 여운을 맞닥뜨려야 하는 미니시리즈물은 딱히 제 취향은 아닙니다. 언젠가 언급했다시피 여기에 추리물 성격까지 더해지면 꼬이고 복잡해진 상황에 대해 질문하느라 옆에서 몰입하고 있는 사람에게 민폐도 이만저만 끼치는 게 아닙니다.


물론 극을 포함하여 온갖 세상살이가 제 생각처럼 단순화되고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누구 말대로 이렇게 살다 보면 남들에게 사기 충동을 일으킬 정도가 되어 이래저래 속고 살기 십상입니다. 雪上加霜으로 귀까지 얇아 남이 하는 이야기에 단 0.1%의 의구심만 품고 그대로 살아간다면 이는 어찌 보면 구제 불능의 상황일 지도 모릅니다. 이는 나 자신만 힘든 게 아니라 가족은 물론 주변인들에게도 큰 불편을 끼칠 일입니다.


드라마나 영화가 단순한 시나리오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시청률을 보장받는 시대는 분명 아닙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흥부 놀부, 심청이, 춘향이, 홍길동으로도 기본적인 시청률은 유지했습니다. 전설의 고향으로도 큰 인기를 누리고 한국전쟁 소재는 또 어떠합니까? 그러나 요즘은 어느 누가 진부한 소재를 고집합니까? 그는 그저 거들뿐 온갖 상상이나 파생된 내용이 덧붙여져야 간신히 유지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수입이 되어도 스스로 영화 한 편 보기가 이리도 힘이 듭니다. 사실 힘들다는 표현보다는 관심이 떨어졌다는 표현이 적절하겠지요. 어떤 장르이든 간에 극의 내용이야 각본대로 풀고 해결하면 될 일이지만, 짜놓은 각본 없는 인생을 살면서 해결하느라 푸느라 애쓰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소소하게 행복도 느끼고 로맨스도 즐기며 살아야 할 텐데 마치 결말을 모르는 드라마처럼 그렇게 인생을 살아갑니다.


인생을 즐기며 살라는 인생 선배의 조언대로, 그렇게 살라는 그 이면에는 내면을 좀 더 성숙시키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것입니다. 수많은 고난과 역경에도 사람들이 잘 견뎌내는 그 배경에는 범상치 않은 내공과 힘이 있음을 우리는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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