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녀리.

그 잔향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by 김욱곤
다운로드.jpg (이미지출처:난들펜션) 어찌 됐든 강아지는 참 예뻐요.


예쁘다는 기준은 굉장히 주관적입니다. 여자가 보는 여자와 남자가 보는 여자의 판단기준이 조금은 다르고, 또 개인마다 예쁘다 잘 생겼다는 기준도 다릅니다. 만일 그 기준이 천편일률적이라면 그 기준 앞에 기도 못 펴고 사는 사람이 참 많을 듯싶습니다.


저는 어릴 적 간혹 어머니께 무녀리라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사실 지금의 나만 기억하는 분들은 상상하기 힘드시겠지만, 당시에는 몸도 조금 약했고 비실비실하기도 한 데다 매사 야무지지도 못해서 생각날 때마다 저를 그렇게 불렀습니다. 게다가 제가 우리 형제 중에 가장 먼저 나온 아이여서 자연스레 저는 무녀리가 맞았습니다.


무녀리란 말은 언행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못난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만, 이는 짐승이든 사람이든 한 태(胎)에서 나온 여러 새끼 중에 맨 먼저 나온 놈을 무녀리라고 합니다. 소위 말해서 엄마의 태문(胎門)을 열고 나온 문열이라는 의미이지요.


조금씩 머리가 커 가면서 저는 내 마음속에 '나는 무녀리. 나는 무녀리.'라는 인식이 알게 모르게 박혔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얼굴도 못생겼고 하는 짓도 야무지지 못하고 그렇게 못난 모양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잠재의식은 지금도 내 뇌리에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은 모양인지 (솔직히) 누가 나에게 인물을 이야기한다거나 사람 좋게 생겼다는 이야기라도 할라치면 속으로 그리 답합니다. "에이~~ 무슨! 그냥 인사치레 시겠지! “


서두에 말씀드렸다시피 잘 생겼다거나 예쁘다는 기준이 하나의 수치나 백분율로 나타낼 수 있고 만인이 수긍할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보니 전 세계 모든 인류가 나는 예뻐! 나는 미인이야!라고 자랑스레 얘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대를 볼 때 인물이 아니라 성품을 보고 분위기를 보고 말투도 보며 인상도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것들은 사람의 생김새를 뛰어넘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가 봅니다.


우리 주님!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에게 좋은 것 하나 정도는 남겨주셔서요. 그렇게 감사 기도하는 오늘입니다. 여기서 맹점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그 하나가 무엇인지 아직 모른 채 지낸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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