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고 싶은 바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아주 어린 날부터 소급해 보면 바다를 가본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니,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내륙 평야 지역에 살았다는 게 그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생각해 보면 바다하고 그리 멀지 않은 지역임에도 그랬습니다. 제가 바다를 처음 본 것은 중 3 여름방학이었으니 15~16살 경입니다.
제 동생이 하늘로 돌아간 다음 해에, 아버지께서 근무하시던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MT를 주관하시고 그 장소인 변산반도에 우리 식구를 부르셨습니다. 찜통 같았던 시외버스를 타고 도착한 해수욕장은 저 멀리 수평선 근처만 바닷물일 정도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출렁이는 파도 대신 출렁이는 사람들의 머리가 제가 본 바다의 첫인상입니다.
비릿한 바다 내음은 참으로 생경하기만 했습니다. 뜨거운 햇살로 사람들의 살은 벌겋게 되어있었지만, 그거에 아랑곳하지 않고 들뜬 모습은 모두 한결같았습니다. 그렇게 여인숙 같은 숙소에서 하루를 묵고 물놀이도 하고 귀가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놀러 갈 기회는 많았지만 억지로 바다를 콕 찍어 놀러 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직장을 강릉으로 가면서 익숙한 서해 대신 저와 아내, 어렸던 아들은 그 푸르다는 동해를 원 없이 보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서해와 동해 어쩌다 남해도 보며 지냈지만 사실 여행의 궤적으로 바다를 특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원하게 뚫린 경치, 시원한 바람, 춘하추동 언제 가더라도 늘 한결같은 바다는 아쉬움과 상쾌함이 공존합니다. 조금만 시간을 내면 언제든 갈 수 있는 바다는 참 좋은 곳입니다.
이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먼저 천국 입성을 한 동생은 우리와 함께 바다에 가본 추억이 전혀 없겠군요. 천국에서도 이생의 기억이 남아있다면 동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살면서 어디를 다녀보았는가? 어디에 살아보았는가? 기억을 남길 수 있다는 건 참으로 귀한 추억입니다. 자꾸만 의기소침해지고 기분이 가라앉을 때마다 나를 일깨우는 옛날의 기억이 많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언제 날을 잡아 시원한 바다에 또 다녀올 생각입니다. 설령 날이 좋지 않아도 생긴 그대로 거기에 있는 바다는, 생긴 그대로 있는 그대로 나를 맞아 줄 넓은 아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