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야겠습니다.
어째 갈수록 집중력도 떨어지는 모양입니다. 2017년 어느 날, 토요일에 퇴근하며 잡아탄 택시에서 내리려는데 마침 아버지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그 전화를 받으며 무심결에 카드로 결제하고 내린 뒤, 마저 통화를 하고 주섬주섬 가방을 추스르는 순간, 아뿔싸 이게 웬일입니까? 지갑이 없습니다. 계산하고 전화에 집중하는 사이에 지갑이 차 안에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이미 차는 떠나고 당연히 잃어버릴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택시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지요.
신분증에, 카드 2개에, membership 카드를 모두 분실 처리하고 나니 한동안 멍합니다. 내 얼굴을 어디에 놓쳐버린 것 같고 재발급 신청을 하려 하니 안 해도 되는 것을 하는 것 같아 분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합니다. 좁은 지갑 안에 무슨 카드나 신분증을 그리도 몰아넣고 다니냐고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고 나니 정말 그랬구나 싶다가도, 아니 지갑의 할 일이 뭐야? 그런 것 넣어 다니라고 지갑이 아니야? 싶어 울컥 반박하고 싶은 마음을 슬쩍 접었습니다.
어느 마음 착한 누군가가 온전히 내게 돌려주면 좋겠다 싶어 우편으로 기다려 볼까 싶었는데 세상이 하도 하 수상하여 개인정보며, 카드 불법 사용 등이 걱정이 먼저 되는 그사이 나도 모르게 분실 신고하는 제 손이 바빠졌습니다.
오늘 오전에 재발급신청이며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을 모두 마무리하며 문득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다시 받을 수 있고 다시 기회가 있음이 참 좋은 것이구나!라고 말입니다. 내게 주어진 기회나 시간이 공중으로 흩어지는 입김처럼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 아쉬움과 이별이 후회로 바뀔지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지요. 어지간한 것은 앱(App)으로 넣고 최소한의 것만 넣어 다녀야겠다 결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결심이 다시 흐지부지될지도 모르지만, 삼천갑자(三千甲子) 동방삭(東方朔)처럼 다시 구르고 다시 구르고, 저도 이렇게 자주 결심하다 보면 야무지게 살아갈 날이 올 것입니다.
잘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어렵고도 귀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