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블로그 '건강하자')
오늘은 제 전공인 마취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마취라는 말을 들으면 따라오는 단어가 바로 수술입니다. 수술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바로 마취입니다. 최근에는 신경 차단술에 능숙한 마취과에서 통증 치료를 겸하기도 하기에 수술실에서만 보던 마취과 의사를 통증의학과 외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마취의 종류는 크게 전신마취와 부위마취, 부분(국소) 마취로 나눕니다. 대략적인 개요는 아시겠지만, 세부적으로 전신마취에는 기관 내 삽관을 통해 흡입마취제와 근이완제를 사용하는 방법, 정맥마취로 살짝 재우는 방법이 있으며 부위마취란 특정 신경이 지배하는 부위를 마취하는 방법인데 척추마취, 경막 외 마취, 상박신경총(上膊神經叢) 차단술 등이 있습니다. 부분(국소) 마취는 말 그대로 범위가 작은 부위에 마취제를 주사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부분(국소) 마취를 제외한 거의 모든 마취는 마취과 의사가 담당합니다. 마취를 시작하려면 먼저 환자에게 감시장치라는 모니터를 거치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심전도, 혈압, 산소 투여 도구, 산소 포화도를 측정해야 하며 환자 상태에 따라 추가로 몇 가지의 장치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마취과 의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몇 가지가 있습니다.
1. 봉숭아 물을 들이면 마취가 안 된다.
아닙니다. 가능합니다. 추측입니다만 저희 선배 의사의 경우 산소 포화도를 측정하는 도구가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산소가 잘 공급되는지 손 놓고 바라보는 일은 없어야 할 터, 가장 확실하고 손쉬운 방법이 손톱 밑의 색깔입니다. 그런데 봉숭아 물이 들어있으면 확인할 법이 난감하기는 합니다. 이런 경우 다른 부위로 확인하면 되므로 불가능은 아닙니다. 아마 몇몇 분들이 이를 핑계로 거부하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입니다. 대신 매니큐어나 젤네일은 없애고 오십시오. 산소 포화도 측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2. 전신마취를 많이 하면 나중에 멍청해진다.
그래서 특히 아이들이 수술을 몇 번 받게 된 경우 부모님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결론으로 말하지만, 아닙니다. 흡입마취제가 폐혈관으로 흡수되고 전신으로 돌면 당연히 뇌혈관으로도 분포가 되겠죠. 더 나아가 마취에서 깨는 동안 단번에 명쾌하게 의식이 돌아오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생기게 된 듯합니다. 실제 인지능력이 저하되는가 연구를 해 보기는 했습니다만 근거가 없다는 결론입니다.
3. 척추마취를 자주 받으면 허리에 골병든다.
척추 사이로 주사를 맞으니 그런 얘기가 나올 법도 합니다. 실제 마취하면 척추 주변의 근육도 마취가 되어 이완되기에 수술 후에 요통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사 자체로는 골병들지는 않습니다.
4. 마취 잘못하면 마약중독자가 될 수 있다.
이 정도면 불안의 극점에 달할 정도지요? 아닙니다. 마취과의 마(麻) 자는 삼이라는 뜻인데 실제 마약이라는 단어의 한자와 같습니다. 그 말은 마취과에서 마약을 자주 사용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한두 번의 사용으로 중독되지는 않을뿐더러 해독제가 늘 곁에 있어서 부작용이나 과량 사용하는 경우 반드시 해독합니다.
제가 받은 질문 이외에 다른 궁금증이 더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취는 외래나 열린 장소에서 시행되는 과정은 아니다 보니 궁금한 게 많고 두려움의 대상인 것도 맞습니다. 요즈음은 수련을 잘 받은 분이 많아서 그다지 겁먹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날이 갈수록 마취를 담당하는 전문의가 줄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 통증 치료에 더 관심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기운이 없어지지 않는 한 마취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날이 가고 세월이 흘러도 마취는 재미있는 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