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면? 부사냐, 홍옥이냐!

by 김욱곤


이미지출처:핀터레스트



어릴 적 과일이라야 몇 가지 종류밖에 없던 시절을 살아 온 우리 세대에 비하면 요즘은 나름대로 풍족한 시절입니다. 외국의 과일도 많을뿐더러 그동안 수많은 품종개량 덕분에 같은 과일이라도 나 어릴 적 그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하긴 외국 과일만 좋아 보였던 거에 비하면 이제 우리의 과일도 제법 명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배(pear)만 해도 신고배는 외국인에게 제법 호평받습니다.



일본의 후지(富士)산에 관한 글을 읽다가 문득 사과에 관한 생각에 미치게 되어 글을 이어 나갑니다. 기껏해야 홍옥(紅玉)이나 국광(國光), 인도 사과 정도였던 사과가 참 많이 다양해졌습니다. 인도 사과 같은 경우는 인디아가 원산지가 아니라 미국의 인디애나라고 하지요. 품종의 원래 이름은 ‘골든 딜리셔스’라 불립니다.


아버지 세대는 대구 능금을 잊지 못한다고들 하셨는데 이 능금이 우리 세대에는 조금 생소합니다. 오히려 새콤한 맛이 더 강했던 홍옥이 더 친숙했습니다만 이마저도 어느 날 혜성처럼 등장한 부사라는 품종에 밀려 하나둘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사실 ‘부사’라는 이름은 개발 장소인 후지사키정(町)과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富士山)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하며, 대한민국과 중국에서는 후지산(富士山)의 한자를 따와 부사(富士)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당도가 높고 사각사각한 식감 때문에 순식간에 홍옥이나 국광을 밀어내고 사과의 대세로 자리매김합니다. 요즘에는 희귀성을 내세워 일부 홍옥이 나오기는 합니다만 판매량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품종으로는 ‘아오리’라는 게 있습니다. 아오리에 대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일본 아오모리 사과 시험장에서 '골든 딜리셔스'에 '홍옥'을 교배하여 '아오리2호'로 이름 지었다가, 1975년에 '쓰가루'란 이름으로 최종 등록하였다. 교배 당시 라벨을 분실하여 홍옥과 교배한 것임을 알지 못하였으나, 최근 유전자분석을 통해 홍옥임이 밝혀졌다. 우리나라에는 1973년에 도입하여 1976년에 선발하였으며 '아오리'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쓰가루(아오리)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이렇게 유행처럼 퍼진 수많은 품종도 한 세대가 지나면 다른 것으로 대체가 될 겁니다. 맛이 달라지고 생산량이 달라지며 더 나아가 예쁜 걸로 바뀔 것이며 사람들은 그것에 열광할 겁니다. 그 자체가 좋다! 나쁘다! 는 문제가 아닐 뿐 아니라, 더 좋은 걸로 바꾸는 과정을 탓하지는 못합니다. 문제는 유전자 변형에 있지요.



인위적으로 바꾸는 모든 과정에는 사람의 구미(口味)가 우선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과연 어느 정도에서 멈춰야 할 것인가? 더 나아가려는 욕망을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 결정하는 일은 이득이라는 사탕 앞에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종착점이 인간의 무너짐에 있다면 그 대가를 받아들이는 시점은 돌이키기엔 늦어도 너무 늦은 셈입니다.



우리 후손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해 봄 직합니다. 가치관이냐, 아니면 편리함이냐. 물론 가난함보다는 부유함이 훨씬 낫지만, 그 부작용까지 물려줄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문명도 좋고 자연의 풍성함도 좋고, 그 balance를 맞춰놓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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