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흔하디흔한 과일로 변했지만 어릴 적 바나나는 그야말로 부호를 상징하는 과일 중 하나였습니다. 그 쫀득한 과육에 비릿한 맛은 이제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입이 자유로운 시절도 아니었을 뿐 아니라 항공편으로 올 것도 아니다 보니 수입한다 한들 수량 자체가 풍족하지는 않았을 터입니다.
파인애플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뾰족한 껍질이 있어 생으로 접하기도 어려워 캔(통조림)으로 먼저 접한 그 과일은 본래의 당도(糖度)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 채 막연히 달고 맛난 과일로 등극합니다.
하긴 요즈음은 맘만 먹으면 어지간한 과일은 구해 먹을 수 있습니다. 기후의 특성상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과일조차도 수입 자유화 어쩌고저쩌고 덕분에 많이 물 건너옵니다. 과거에 비하면 참 복 받은 세대지요. 과일이 비타민과 여러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고 하니 즐거운 마음으로 먹지만 그 옛날 흔한 과일마저 그림으로만 본 세대들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세상에 넘쳐나는 풍요를 누리고 사는 일은 누구나 바라는 일입니다. 그마저도 돈이 필요하고, 만약에 농사지어 파는 직업이라 할지라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정작 본인은 풍족하게 먹지를 못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폐해 아닌 폐해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의료혜택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병원(지금의 기준으로 의원급)을 한 번 가려면 큰 병이 아니고서야 접근조차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소요되는 병원비가 엄청났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서민들은 병원 입구에서 서성거리다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건강보험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면서 병원은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왔고 많은 사람이 의료의 혜택을 봅니다.
시대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하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놓고 보아도 귀한 과일이라는 게 반드시 존재할 것이고 의료혜택이 보편화되었다 할지라도 그 혜택에서 멀어진 계층은 반드시 존재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도와주느냐는 문제는 “어느 시대이든 어느 상황이든 일정 비율 존재한다.” 이런 논리로 사실 방치하는 면도 없지 않아 존재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 생각하면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는 위치라 할지라도 참고 양보하는 것이 미덕이요, 검소함이라는 게 제 일관된 생각입니다. 생각은 늘 이런데 저도 인간이다 보니 실제로는 자꾸만 욕심이 커가고 얻고 싶은 게 많아만 갑니다. 이상(理想)과 실제는 이렇게 괴리가 큽니다. 머리와 가슴과의 거리가 가장 멀다는 말은 저에게는 진리인가 봅니다.
남에게 베풀며 살려고 결심하지만 내 재능을 제외하고는 내가 가진 것이 많아야 그마저도 가능하다는 게 요즘 부쩍 드는 현실적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재능이나 풍요로운 결심, 더 나아가 재물도 많아지셔서 내가 아닌 남들에게 많이 주고 사는 삶을 사시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께 그런 풍족함을 허락하시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 블로그 '오늘도 하얗게 불태운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