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1970년대 말에서 1980년 사이 종이신문이 보편적이던 시절 제1면의 Headline은 당연히 당시의 사회상을 여실히 드러내는 일들이 차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입시와 관련된 기사를 주로 이루던 도중 정확 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1면을 장식했습니다. “금남(禁男)의 벽이 깨졌다.” 내용은 다름이 아니라 여학생의 전유물로 여겨진 간호학과에 남학생이 지원하여 합격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그 일의 전(前)인지 아니면 그 무렵인지는 확실치 않은데 서울의 E 여대에 비서학과가 신설되었습니다. 짐작은 하셨겠지만, 당시 비서라는 직업은 어린 여자들이 자잘한 심부름이나 하던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굳이 대학에서 가르칠 게 무엇이냐? 대학까지 나올 일이냐? 는 의문이 내내 떠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근래에 이런 말을 하다가는 무식한 사람 소리 듣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요즘에는 남자들도 미용실을 자연스럽게 드나듭니다. 커트는 물론 염색이나 파마하러 아무 거리낌 없이 들어갑니다. 저만 해도 결혼 전에는 이발소만 들락거리던 기억 밖에는 없는데 아내와 함께 몇 번 다니던 미용실을 이제는 처음부터 다니던 사람처럼 다니게 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제 이발소는 사양 직종으로 분류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기존의 자격을 가진 분들을 제외하고는 새롭게 이용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남자분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남자들조차 미용사 자격으로 몰리고 이제 어지간한 미용실에서 남자 미용사를 찾기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직종에서 남녀의 성비(性比)가 파괴되는 일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패션은 물론 간호사 등등 몇몇 여초(女超) 직종은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의사도 전통적으로 남자의 수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가끔 그런 의문을 가지곤 했습니다. 남자를 나타내는 색은 왜 파랑이며 여자를 나타내는 색은 왜 빨강인가? 일종의 관념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념이 불편하다기보다는 왜 그런지 궁금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이는 통념상 그리 지내왔기에 굳이 뒤집을 필요는 없을 테지만 아직도 제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몇 가지 존재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남자 화장실의 여자 미화원 문제입니다.
이는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남자인데 어때? 이해해!라는 억지 설명으로 밀어붙이기에는 억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여자 화장실은 왜 남자가 안 돼?’라는 속 좁은 반문과는 좀 다른 문제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관습이나 가치관은 아직도 우리 주위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이의를 제기하고 고칠 것을 제안한다면 한 번은 생각해 봐야 하는데 지금껏 그래 왔다는 이유로 쉽게 고치려 하지 않는 타성이 우리에게 남아있을 것입니다. 타성과 변화, 그리고 가치관! 이 묘한 삼각관계는 언제나 풀릴까요?
(이미지 출처: 블로그 어제보다 좋은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