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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Apr 09. 2024

그놈의 꽃들이란!

내게는 무엇이더냐?

(이미지출처:행신물개 라이프) 올해도 어김없이!


출, 퇴근길이나 교회를 다녀오는 길에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면 내 어릴 적보다 꽃나무가 정말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하기야 어디 저 어릴 때와 비교하려고요? 사는 수준이 달라졌고 주변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다행히 좋은 것으로 발전했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나무의 종류도 참 다양합니다. 꽃나무도 많아지고 유실수도 많아졌습니다. 유실수도 꽃이 피어야 열매가 맺는 법이니 날이 풀리는 봄이 되면 온 천지가 꽃판입니다.
 
 어릴 적에는 맘먹고 꽃구경을 나가려 하면 단장하고 버스도 타고 기차도 타야 했습니다. 명승지 근처에 산다면 모를까? 그렇게 덜컹거려 도착한 꽃구경은 사실 사람 구경이요, 먹거리 탐방입니다. 내 어릴 때 기억에 남는 장소를 들라면 단연코 창경궁입니다. 아픈 일제강점기의 유물인 창경원(昌慶苑)으로 해방 후에도 남아있던 그곳에는 일본 놈들이 심었다는 벚꽃이 흐드러졌기에, 그리고 동물원이 있었기에 그 구경차 사람들로 붐볐다지요.     


그런 식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곳곳에는 그런 잔재들이 참 많이 남아있을 것입니다. 안타깝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예쁘다, 예쁘다, 하면서도 맘 놓고 벚꽃을 예쁘다고 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이유나 있겠습니까? 단순히 사쿠라요, 일본의 국화(國花)이기 때문입니다. 나중에는 벚꽃도 우리나라 자생수라는 이유로 사쿠라와는 다르다는 면죄부 내지는 면벌부가 생겼으니 따지고 보면 그 세월만큼 벚나무처럼 억울한 나무도 없을 거 같습니다.           

각 지방의 자치단체마다 관광객 유치 목적으로 공원도 조성하고 도로에 가로수는 물론 특정 지역에 꽃도 많이 심어놓는 경우를 자주 보았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예전부터 유명한 지역으로 상춘객이 편중되는 경우는 이제 많이 줄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여기저기 나름대로 예쁜 지역이 곳곳마다 생겼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어릴 때 가보지 못한 곳을 반드시 가봐야겠다는 의무감이나 압박감에서 많이 자유로워졌습니다. 아니야, 이곳은 반드시 가 봐야 해!라는 강박관념만 없으면 곳곳에 좋은 풍경은 널려있다는 게 제 소견입니다.    

 

늘 듣는 얘기 중에 내내 물린 질문의 하나를 들라면 어떤 꽃을 좋아하느냐는 것입니다. 대답은 늘 한결같습니다. 그때그때 그날그날 다릅니다. 단지 일전에도 언급하였다시피 맨드라미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꽃이야, 부지기수(不知其數)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오늘은 얘, 내일은 쟤가 예쁜데 누구를 제일로 쳐 준단 말입니까?
 
 
 오늘 이른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뜸한 시각에 공원 길을 지나며 자태를 뽐내는 꽃을 보았습니다. 성격 급한 꽃들은 이미 활짝 폈고, 꽃나무 사이에서도 조금은 느긋하거나 약한 녀석들도 분명히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미리 알리는 녀석, 뒤늦게 관심받는 녀석들로 주변을 수놓아 갑니다. 너희들 덕분에 내 눈이 호강한다며 칭찬이라도 해 주면 뿌듯함으로 더 밝게 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제는 잎으로 푸르름으로 우리를 평안하게 해 줄 테지요? 그렇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를 보며 책의 저자인 셸 실버스타인(Shell Silverstein)의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내가 나무라면 나는 무엇을 주고 무엇을 내어주며 늙어갈까요? 내가 죽어서 남길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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