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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Jun 26. 2024

담쟁이

담을 타고 올라가서 담쟁이인가요?

(이미지출처:책과 곳곳의 글들) 어떠세요. 저는 글쎄요.


봄이 무성해지면서 항상 눈에 거슬리는 식물이 하나 있습니다. 그 말은 곧 제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은데, 다름이 아닌 담쟁이덩굴입니다. 영어로는 아이비(Ivy)이니 언뜻 들으면 가수가 떠오르기도 할 테니 언뜻 들으면 굳이 싫어할 이유는 없을 것이지만 말입니다. 미국의 명문대를 일컫는 말인 아이비리그도 이 아이비가 들어갑니다. 학교의 역사가 깊어 건물에 담쟁이덩굴이 무성한 까닭에 붙은 이름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 제게는 이것이 호감으로 돌려놓는 계기가 되지는 못합니다.     


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덩굴이 싫은 이유는 음산하고 음침한 분위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동네에 양옥집이라 부르던 집에 이 담쟁이덩굴이 무성했는데 딱 이 집이 그러했습니다. 마치 뱀이라도 나올 듯하고 지저분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미국의 작가 O. Henry의 유명한 단편소설인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에 등장하는 이파리가 이 담쟁이덩굴입니다. 이파리 하나가 생명을 놓아버리게 할 수도 있었지만 잘 아시다시피 환자에게 희망을 준 것은 정작 이파리가 아니라 같은 집에 사는 노(老)화가의 그림이었습니다. 교과서에 실렸던 이 글의 주제를 일관되게 희망으로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보는 각도에 따라 그 교훈도 달라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담장을 따라 오르는 습성도 그렇지만, 간혹 들판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나무 하나를 타고 올라가는 습성을 지닌 게 있습니다. 게 중에는 아주 싹수없는 거도 있어서 자기를 받쳐 준 나무를 죽이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이래저래 그런 담쟁이의 습성을 이해하고 알아보려고 노력하지만, 아쉽게도 내 관점을 반전시킬 만한 방법은 이미 물 건너간 일이 되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싫어한다고 하여 담쟁이가 없어질 일도 아니고, 반대로 그 식물의 속성이 바뀔 일도 아니기에 가능한 한 예쁘게 여기려고 노력은 합니다. 이마저도 부질없는 짓이라면 내 눈매를 조금이라도 순화시키는 거도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담쟁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그냥 호불호를 가르는 제 성향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담쟁이덩굴을 좋아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오히려 그 숫자가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내 성향에 동조해 주기를 바라는 일이야 인지상정(人之常情)이지만 현실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의 존재 배경에는 그 이유와 뜻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비슷한 맥락이라고 감히 강조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사이가 껄끄럽고 심지어 미워하는 사람이 생길지라도 그것은 내 관점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의 묵상은 베드로전서입니다.      

2:11 ○사랑하는 자들아. 거류민과 나그네 같은 너희를 권하노니 영혼을 거슬러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 12. 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 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너희 선한 일을 보고 오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라 13 ○인간의 모든 제도를 주를 위하여 순종하되 혹은 위에 있는 왕이나 14 혹은 그가 악행 하는 자를 징벌하고 선행하는 자를 포상하기 위하여 보낸 총독에게 하라. 15 곧 선행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의 무식한 말을 막으시는 것이라. 16 너희는 자유가 있으나 그 자유로 악을 가리는 데 쓰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종과 같이 하라. 17 뭇사람을 공경하며 형제를 사랑하며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왕을 존대하라

18 ○사환들아 범사에 두려워함으로 주인들에게 순종하되 선하고 관용하는 자들에게만 아니라 또한 까다로운 자들에게도 그리하라. 19 부당하게 고난을 받아도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슬픔을 참으면 이는 아름다우나 20 죄가 있어 매를 맞고 참으면 무슨 칭찬이 있으리오. 그러나 선을 행함으로 고난을 받고 참으면 이는 하나님 앞에 아름다우니라          


 

내 생각이나 내 자유가 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느냐, 드러내느냐? 내내 생각하는 하루가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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