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돌이 성향도 같이 있기에!
원래부터 집돌이 성향이다 보니 틈만 나면 여행을 다니고 탐사를 다니는 일은 내내 멀리하며 살았습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실제 다녀 본 곳이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정작 어디를 가면 그렇다고 빨리 집에 가자고 조르는 성향은 아닙니다만 무슨 재미로 그리 지냈는지 정작 저도 모릅니다. 천생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내도 비슷해서 남들처럼 한 명은 여행 가자고 조르고 한 명은 버틸 일은 거의 없지요. 이 글을 갈무리하는 시점이 2024년 5월 말~6월 초인데 조금 이르다 싶은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굳이 이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여름이나 가을이 되어서도 다시 여행을 계획하는 일이 있으려나? 싶어서입니다.
사실 휴가나 여행이라는 단어의 짜릿함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보다 계획하고 기다리는 순간부터라는 말이 더 적절한 듯합니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여행을 주제로 삼고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는 분들을 접하는데, 제게는 참으로 부러운 분들입니다. 그러다가도 여정이 힘들고 험하며 오지, 산악지방, 사막은 물론 주변 환경이 어수선한 지역을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무리한 꿈을 꾸나?’ 싶어, 이내 꿈을 접곤 합니다. 어찌 됐던지, 익숙하지 않은 곳에 여행하는 일은 인간의 깊은 내면에 박혀있는 본성을 자극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부부의 여행은 예상하셨다시피 상당히 정적(靜的)입니다. 야생이나 몸을 써야 하는 여행은 되도록 멀리하게 되고 누가 봐도 참 밋밋하고 심심한 여행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가볍게 짐을 싸고 여기저기 둘러보러 다닌다든지, 아니면 편안하게 쉬었다가 오는 걸 좋아하게 됩니다.
우리 가족의 처녀 해외여행은 월드컵 열기가 후끈하게 훑고 지나간 2002년 가을 초입이었습니다. 아이는 이미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고 나 또한 직장 일로 인한 압박감에 진력이 나던 시점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좋은 여행이 될 것인가?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좋을까? 감도 잡을 수 없어서 최종적으로 결정한 게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여행이었습니다. 세상은 넓고 여행할 곳은 많으며 내야 할 돈도 참 다양한 가운데, 여행사 점주의 추천으로 낙점한 곳은 태국이었습니다.
그 후로 시간이 되면 주변국이기는 하지만 몇 군데의 해외여행을 더 경험했습니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다들 열심히 사는구나, 이렇게도 살아가는구나, 싶어서 도전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곤 합니다. 그런 가운데에도 물론 실망과 아쉬움을 느낀 지역도 있어서 그때그때 배우고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다릅니다.
바람이 있다면 여행지의 반경을 좀 더 넓혀보고 싶다는 겁니다. 기껏해야 근처의 나라들만 다니다 보니 유럽이나 미국, 호주 등등 비행기를 더 타고 가야 닿을 수 있는 곳은 아직 여행하지 못했습니다. 가보니 좋았다, 그러니 너희도 가보라는 권유는 수도 없이 받아보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성경의 말씀대로 마음은 원(願)이로되 무엇이 그리 약한지 모르지만 적절한 때가 되면 모두 가능하리라는 배짱은 가지며 삽니다. 그날이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그때를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설렘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여행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