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이신가요? 그에 대한 기억입니다.
대략이나마 굳이 제 생일을 언급하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함을 양해해 주십시오. 제 생일은 7월 초입니다. 7월 1일과 10일의 딱 중간입니다. 사실 이쯤 되면 장마도 극성이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입니다. 제가 태어났을 당시 어머니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땀띠는 물론 모기 물리기 일쑤이고 어머니도 애를 안고 지내시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하셨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의 수가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생일 파티 이야기가 종종 들려오곤 합니다. 친한 친구를 초대하고 맛난 음식으로 대접도 받고 집안의 신기한 것들을 구경하는 재미, 친구들과 지치도록 놀다 오는 재미까지 누릴 수 있는 그런 파티 말입니다. 그런데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친구가 그런 파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요, 그를 감당할 만한 경제력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임은 하나 마나 한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제가 초등학교 3학년인 1971년 이후의 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서울이나 대도시의 친구들은 이미 이런 유행의 파도에 타고 있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저도 그런 친구들의 생일 파티에 종종 불려 가곤 했습니다. 말 그대로 진수성찬이었습니다. 그만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들이 있고 과자도 있으며 심지어는 떡도 있습니다. 친구의 방엔 무엇이 있나? 구경도 하고 하나둘 집에서 나와 실컷 놀다 보면 해가 저물 때쯤 되기도 하지요. 노는 끝에 저는 늘 제 생일을 생각했습니다. 내 생일이 오면 누구를 부를까? 몇이나 초대할까? 생각만으로도 시간은 참 잘 흘러갑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생각에 그치고 맙니다.
제 생일이 시기적으로 참 애매한 시기라는 걸 조금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생일 파티는 학교와 함께 방학을 맞았고 조금 더 크고 나니 기말고사가 가로막았습니다. 게다가 한여름에 아무리 친하다 할지라도 남의 집에 방문하는 일은 민폐였고 놀다가 잘못하면 더위에 쓰러진다는 둥 파티를 열지 못하는 핑계나 이유는 차고 넘쳤습니다. 결국 학교 다니는 동안 생일 파티는 한두 번밖에 열지 못했고 남들에게 초대받는 일만 더 많았으니, 경제학적으로 보면 남는 장사를 한 셈입니다.
어른이 되어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 파티라는 것이 예상보다 돈이 제법 드는 행사였습니다. 벌이가 시원찮은 옛날에는 크게 맘먹어야 가능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어떻게 식단을 짤 것인가? 혼자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계획하는 일부터 보통 일은 아닙니다. 애들 집에 가면 어떤 음식이 나오더냐?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이더냐? 묻는 일부터 파티는 이미 시작된 셈입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파티의 정점은 선물입니다. 선물을 풀어보고 좋아하고! 그 재미가 없으면 그 파티는 재미없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나이가 들어 자식이 생기고 생일 파티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 정도입니다. 배달시키거나 사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더 인기 있다. 그리고 컴퓨터만 있다면 굳이 나가 놀지 않아도 집에서 충분히 놀 수 있다. 그러나 세태가 아무리 그렇다 할지라도 밖으로 나가는 애들은 분명히 있을 텐데, 간혹 일탈하는 경우가 있어서 종종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경우도 봅니다. 한 세대를 건너뛰면 그 세대의 풍속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 ‘차라리 옛날이 좋았어!’ ‘그때가 순수했어!’라는 향수에 빠지지는 않을지 궁금해집니다. 좋은 건 남기고 개선할 건 개선하며, 없앨 건 과감히 없애는 게 좋다는 대원칙에 모두 공감할 테지만 날이 갈수록 변종(變種)만 넘쳐나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게 되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