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 여는 하루

대체할 수 없는 소소한 즐거움

(이미지출처:digitaltoday.co.kr) 맛과 향이 상상되시죠?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커피로 하루를 엽니다. 집에서는 말씀과 기도로, 직장에서는 커피로 굳어진 지는 제법 오래되었습니다. 무엇이 좋아서 그리하느냐고 물으시면 글쎄올시다, 딱히 멋지게 받아칠 만한 답변이나 이유는 생각해 두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만, 그냥 내가 하고 싶다는 정도로 넘기겠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커피에 관하여 공부하고 자세히 알고 마시는 분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그 말은 곧 제 성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반증입니다. 저에게 커피는 맛이나 풍미가 먼저가 아니요, 그 분위기가 먼저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원두는 어떻고 맛은 어떠하며, 물은 어느 정도의 온도가 적당하고 어느 정도의 굵기로 갈아야 좋다는 원칙이나 세세함은 제게 없습니다.

오로지 제게 있는 것이라고는 어느 회사의 커피가 맛있다더라, 특히 어느 제품이 맛있다더라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만약 Blind로 여러 커피를 주고 맛을 평가하라면 맞추지 못할 확률이 거의 100% 일 것입니다. 행여 맞추었다고 해도 그것은 어쩌다 얻어걸린 경우일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을 정해놓고 그것만 마신다는 고집이나 철학은 제게 없습니다. 지금이야 S사나 캡슐로 유명한 N사 위주로 마십니다만 여유롭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카페에 들러 커피 향을 느끼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만약에 이것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고집이 있다고 하면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랑의 이면에는 우리가 언제부터 커피에 이토록 열광적이었느냐는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게 우리나라에 도입된 커피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을 뿐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좋아하게 된 일 또한 짧은 역사 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역사의 기준점은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제 추측은 그리 잘못된 생각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다행히 저는 커피를 마시면서 카페인을 그다지 걱정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그로 인한 부작용은 별로 없으니 말입니다. 카페인이 불편하다면 대체할 만한 음료는 얼마든지 있으며 디카페인도 잘 나오는 편이니, 요즘은 커피 마시기가 참 수월해졌습니다. 해외여행이라야 가까운 나라 위주로 다녀온 제게 외국의 커피는 어떻더냐고 묻기가 민망한 일이지만, 경험치로 계산해 보라 하신다면 일본의 커피는 조금 싱겁고 베트남의 커피는 생각보다 진하다는 정도의 평가는 가능합니다. 거의 한약 수준이죠. 이렇듯 커피는 지역에 따라 문화에 따라 그 풍미나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이제 어떤 음료가 대세를 이룰까요? 아무리 세대가 바뀌고 시절이 바뀐다 해도 커피의 인기는 그다지 수그러들지는 않으리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커피 칸타타가 나오고 난 이후에도 커피는 이렇게 살아있으니 말입니다. 아마도 형태만 달라지겠지요? 모양과 형체가 달라진다 해도 커피가 주는 위안은 모르긴 몰라도 내내 이어질 게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