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직업이 마취과 의사이다 보니 응급수술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수술이라는 것이 시간을 정하여하는 계획 수술이 있는 반면 시간과 상황을 가리지 않는 응급 수술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것은 응급에 관련된 과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뇌출혈 응급 제왕절개 혈복강 등등 시간을 다투는 수술은 여러 개인데 마취를 담당하는 당직의사는 한정된 경우가 존재합니다.
전공의 시절에는 동료나 선배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담당교수님께 구조를 요청하면 되지만 강호에 전문의 취득을 하고 홀로 서게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그럴 경우 긴급한 순서부터 하게 되지요.
젊은 시절에는 당직에 맞닥뜨리면 참 귀찮고 싫었습니다. 그렇게 귀찮을 거면 애당초 마취과를 왜 했느냐면 할 말이 없지만 나이 먹은 지금도 적절한 대답을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언제부터인지 특정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잘못 생각해도 엄청 잘못 생각했구나 싶었습니다. 생각을 해보십시오. 수술이 필요한 당사자는 물론 집도를 해야 하는 외과의들 또한 얼마나 조바심이 날까 싶었습니다. 다시 말해 늦게 철든 셈입니다.
지금은 개두술을 하고 있습니다. 혈압이 높은데 조절을 하지 않다가 뇌출혈이 생겼고 의식조차 없는 62세의 여자분입니다. 부디 모두의 노력과 헌신이 좋은 결과로 맺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퇴근길 발걸음이 가볍기를 기도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