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한 어릴 적 기억

by 김욱곤
images.jfif (이미지출처:핀터레스트) 제가 좋아하는 장미 중 하나인 노랑 장미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나 되었나 봅니다. 진도를 일찍 마치신 선생님께서 60명이나 되는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물으셨습니다. 앞줄에서부터 아이들이 대답을 하는 동안 나는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야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열 살이 되도록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랴부랴 생각한 꽃은 장미입니다. 그것도 강렬한 흑장미로. 아니면 노란 장미로 하리라 결심했지만 이미 발표된 지 오래였고 겹치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었지만 나 스스로 정해놓은 규칙에 갇혀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했습니다. 겨우 생각한 것이 칸나 달리아였지만 그마저도 놓쳐 겨우 대답한 건 복숭아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참 예쁜 꽃을 좋아하는구나 내내 그 마음 변치 말아라 격려해 주셨지만 이 에피소드를 지금도 기억하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습니다. 당시 나는 복숭아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색이 어떤지도 심지어 나무 모양이 어떤지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대답을 한 배경에는 그 유명한 고향의 봄이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이후로 어른이 되어 이제는 아이인 당시보다 더 많은 꽃을 알며 보고픈 꽃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내가 알아도 그 향내다 어떠한지 모르는 경우도 많으며 역시 보지 못한 꽃도 여전히 많습니다. 이제는 눈높이 이상의 꽃보다 발 끝에 걸리는 꽃도 볼 줄 압니다. 채송화 꽃잔디 그리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들꽃이 그러합니다.


나는 무슨 꽃을 좋아하게 될까요? 앞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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