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이나 되었나 봅니다. 진도를 일찍 마치신 선생님께서 60명이나 되는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물으셨습니다. 앞줄에서부터 아이들이 대답을 하는 동안 나는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야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열 살이 되도록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랴부랴 생각한 꽃은 장미입니다. 그것도 강렬한 흑장미로. 아니면 노란 장미로 하리라 결심했지만 이미 발표된 지 오래였고 겹치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었지만 나 스스로 정해놓은 규칙에 갇혀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했습니다. 겨우 생각한 것이 칸나 달리아였지만 그마저도 놓쳐 겨우 대답한 건 복숭아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참 예쁜 꽃을 좋아하는구나 내내 그 마음 변치 말아라 격려해 주셨지만 이 에피소드를 지금도 기억하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습니다. 당시 나는 복숭아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색이 어떤지도 심지어 나무 모양이 어떤지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대답을 한 배경에는 그 유명한 고향의 봄이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이후로 어른이 되어 이제는 아이인 당시보다 더 많은 꽃을 알며 보고픈 꽃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내가 알아도 그 향내다 어떠한지 모르는 경우도 많으며 역시 보지 못한 꽃도 여전히 많습니다. 이제는 눈높이 이상의 꽃보다 발 끝에 걸리는 꽃도 볼 줄 압니다. 채송화 꽃잔디 그리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들꽃이 그러합니다.
나는 무슨 꽃을 좋아하게 될까요? 앞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