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은 좋지만요.ㅎㅎㅎ
저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디로 음식을 먹으러 가도 자연스럽게 매운 음식을 제외하고 음식을 고릅니다.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짬뽕을 먹게 된 것도 대학을 입학한 이후 친구들과 같이 한 이후입니다. 제가 견딜 수 있는 한계는 보통의 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생채 정도입니다. 자연스럽게 비빔밥을 먹더라도 고추장을 많이 넣는 일은 아주 질색이고 가능하다면 아예 고추장을 빼고 양념간장 정도를 대신 넣어 먹습니다.
가족은 물론이고 저를 아는 사람들과 식사라도 할 일이 있으면 조금 의아해하기는 합니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는 최대한 매운 음식을 피하지만 부득이 매운 음식이 동반된 자리에 자리해야 한다면 내 취향 덕분에 음식을 좀 덜 먹게 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기는 합니다. 요즘 라면도 왜 그리 매운 라면만 보이는지, 기준선이 되는 신라면도 제게는 상당히 매운 편에 속합니다. 요즘의 척도로 놓고 보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별로 없는 셈입니다.
하긴 매운맛이 이처럼 열풍이라 할 정도의 배후에는 재료와 문화의 탓도 있을 것입니다. 청양고추(요즘은 청량고추라고도 한다죠?)의 보급, 덩달아 동남아시아산인 매운 고추의 등장도 한몫했을 것이며 마라탕도 이 열풍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아는 분을 만나러 상하이(上海)에 갔다가 그곳에서 맛본 마라탕의 강렬한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매운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맛있다고 땀 흘리며 먹는 친구들을 보며 저 같은 사람은 속이 아리고 아픈 만큼 그 놀라움의 크기 또한 비례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는 캡사이신의 영향 때문입니다. 매운맛은 미각(味覺)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통각(痛覺)입니다. 따라서 통증으로 감지하면 이 신호가 뇌로 가고 뇌에서는 상처를 입었다 감지하기에 즉각 endorphin을 분비합니다. 물론 뇌에서는 상처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는 인식을 바로 하지만 이미 분비된 endorphin 덕분에 도취감이나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매운 음식은 위나 장에 당연히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위염이나 장염에 쉽게 노출되며 자주 먹으면 궤양에도 쉽게 노출됩니다. 캡사이신이 위염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있지만 적정용량이 정해지지 않아서 어느 정도가 치료용량인지 저도 정확히 모르는 게 함정입니다.
우리의 음식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매워졌을까요? 그 시기라야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을 것으로 봅니다. 제 젊은 날과 최근의 음식 양상은 기억력이 좋지 못한 사람도 쉽게 그 차이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최근 냉면집을 방문하신 분은 종종 느끼셨겠지만, 속칭 ‘다대기’(별로 좋은 표현은 아닙니다만 이해를 돕기 위함이니 양해해 주십시오)라고 부르는 빨간 양념이 고객의 취향과 관계없이 올려져 있는 것이 다반사라서 올리지 말아 달라 미리 부탁하는 것도, 그저 귀찮은 일에 속합니다.
혹자는 사회적 스트레스의 반영으로 보기도 하고, 혹자는 무시해도 좋을 하나의 유행으로 보기도 합니다. 더러는 김치가 빨개진 것이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듯이 이제 우리 음식도 매워질 것이라는 과정이라 예측도 하고, 아열대기후로 가는 전조 징후로 보는 이까지 있습니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지 제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닙니다. 어떤 이는 저더러 매운 걸 싫어하니 그렇게 살이 찌는 거라고까지 말하는데, 살 좀 덜 찌게 할 요량으로 억지로 맵게 먹을 의도는 조금도 없습니다.
그런 시대의 흐름 뒤에 혹시 말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고 행동도 그러할까요? 모든 말과 생각과 행동도 갈수록 매워질까 봐 그것이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