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바 덕분에!

신발 불편은 모르고 지냈습니다.

by 김욱곤
다운로드.jpg (이미지출처:eyeem.com) 발모양이 이렇게나 다양하군요.


저는 발 모양이 좀 특이합니다. 발가락 길이가 거의 차이가 없어서 4, 5번으로 내려가도 경사가 완만하다 보니 언뜻 보면 발가락 길이가 서로 평평한 데다, 발등은 조금 높습니다. 그래서 끈이 없는 신발은 잘 못 신고 크기가 5~10mm 정도 긴 것을 신어야만 그나마 편합니다.


요즘이야 280mm 이상이 많이 나옵니다만 고등학교나 대학교 초반만 해도 275mm 정도가 최대인 경우가 많아서 신발 하나를 사려면 얼마나 불편했는지 모릅니다. 대학에 들어가 예과 1, 2학년 때 교련화를 신을 때 불편감이 극에 달해서, 향토사단이나 전방에 입소해야 했던 날에는 맞는 신발이 없어 결국은 옆을 칼로 터서 신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일명 보세집이라는 곳에서 280mm를 찾아 신고 다니기도 하고 간혹 제화점에서 맞춰 신기도 했지만, 다행히 어느 순간부터는 크기 별로 구두나 신발이 잘 나와서 제화점에서 맞춰 신을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의 신발 브랜드였던 랜드로바를 참 좋아했습니다. 크기가 조금 넉넉했을 뿐 아니라 가죽이 좋아서 한 번 사면 제법 오래 신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요즘처럼 크기나 모양이 다양한 시절을 보냈더라면 참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간혹 치고 올라올 때가 있기는 합니다.


생각해 보니 그 옛날 흔하던 제화점이나 양장점이나 양복점은 이제 별로 없습니다. 기성복이나 기성화가 넘치듯 많아져서 서로 경쟁도 심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박집도 없어 보입니다. 그냥 순수익으로 보자면 얼마 남지 않은 맞춤보다도 못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희귀한 품목이라도 찾으려고 맘만 먹으면 이제 무엇이든 찾을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어릴 적 풍성하던 업종의 기술자나 전문인들은 이제는 무얼 하며 지내실까요? 한 업종으로 몇 대(代)를 이어 가업(家業)으로 내려오는 일본의 풍토는 한편으로 참 부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나 먹고사는 일에 걱정 없이 사는 시대는 고래(古來)로부터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무엇을 하던 초심을 내내 잇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 또한 현실적으로는 사실 참 어려운 일입니다.



문득 제가 인턴 때의 열정으로 지금도 일할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땀 때문에 늘 발에 꼬랑내를 달고 살았었는데 이제는 그런 열정은 어디로 갔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알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버린 모양입니다. 신발이 예전에 비하면 참 좋아졌구나! 싶다가 얘기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늘이 참 귀한 날입니다. 오늘이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이라더니 점점 균형감각도 퇴화하는 듯하고 어제는 신발 안에 몰래 숨은 모래알 하나가 내내 괴롭혀서 조금 짜증을 내었는데 그것도 시간이 지났다고 이렇게 미소를 짓는 하루를 보냅니다. 아무튼 건강하게 남은 날 보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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