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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이 Nov 13. 2023

캐나다에서 접촉사고가 나면?

Collision claim

 얼마 전 아이들 스키용품을 사주기 위해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곧바로 차에 태워 옆 동네에 있는 데카트론으로 이동하는데, 퇴근 시간이 겹치면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캐나다에선 거의 겪어보지 못한 정도의 정체(그래도 한국 퇴근길보단 훨씬 수월한)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중,

쿵!!


 설마 사고는 아니길, 바닥에 요철을 밟은 충격이길 바라며 룸미러로 뒷 차 운전자 얼굴을 살펴봤는데, 뒷 차 운전자 얼굴에도 당황한 기색이 가득한 걸 보니 사고가 발생한 게 확실했다. (나중에 따로 쓰겠지만, 캐나다는 썬팅이 불법이라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이나 룸미러로 보이는 뒷 차랑 운전자 운전자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캐나다 운전 2개월 만에 접촉사고라니, 마치 초보운전 때 첫 사고를 겪은 것처럼 머릿속이 하얘진 순간도 잠시, 한국에서 겪었던 몇 번의 접촉사고를 대처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그중 캐나다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만한 대처는 어떤 것 일지 하나씩 곱씹어보며 차 문을 열고 뒤로 걸어갔다.


 상대방과 간단히 안부를 묻고 추돌부위를 확인하려는데, 길을 막고 있으니 일단 차를 옮기자며 뒷 차 운전자가 차에 올라탄다. 말도 잘 안 통하는데 증거사진마저 없으면 나중에 발뺌할지도 모른단 생각에 잠시 기다리라 하고 사고현장 사진을 몇 장 찍은 뒤 인근 주차장으로 함께 이동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에서 주문한 블랙박스가 지난주에 도착했건만, 난생처음 셀프로 블박을 설치하자니 선뜻 손이 안 간 데다 귀차니즘과 안일함까지 더해져 정작 설치는 안 해놓은 상태였다.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1분여간의 짧은 시간 동안 ‘미룰걸 미뤄야지, 블랙박스 설치를 미룬 나 자신’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른다.

 

 다행히도 상대측 운전자가 상당히 나이스해서, 주차장에 정차하고 내리자마자 탑승자들 컨디션은 괜찮은지, 자기가 100% 잘못했으니 원하는 대로 처리해 주겠다며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도 일단 처리방법이 한국과 다를 수 있으니 보험사에 전화해 확인한 처리 절차는 아래와 같다.

중대사고인 경우엔 911에 신고, 경미한 사고 시엔 보험사에 연락

안전한 상황이라면 차에서 내려 사고현장 사진을 다각도로 촬영

차량 이동이 가능하면 도로 밖으로 이동, 이동이 불가하다면 안전삼각대 등을 설치하고 대기

운전면허증, 자동차등록증, 보험가입증명서, 연락처 교환

현금처리 시 사고 당사자끼리 금액 협의 후 사건종료(한국의 미수선처리와 비슷)

보험수리 진행 시 사고발생 24시간 이내 Collision Reporting Centre 접수


 가해자에게 이렇게 설명하고 현금/보험 중 어떤 방법으로 처리하길 희망하냐 물어보니 수리견적 금액을 확인한 뒤 결정하겠다고 한다.

 서로 일정도 있고, 지금 당장 견적서를 받아볼 상황이 아니니 내일 연락하기로 하고 일단 헤어졌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을 등교시키자마자 인근에 있는 Toyota Collision Repair Centre를 방문해 견적비용을 뽑아보니 약 $1,000의 견적금액이 나왔다.

 역시 인건비가 비싼 나라답게 범퍼 교환이 아니라 탈거 후 재도장 하는 비용 $1,000 중, 인건비가 무려 $780, 도료값은 단 $215였다.


주제와 벗어났지만 말이 나온 김에 적어보자면, 필자가 겪어본 우리나라의 서비스센터의 구조는 아래와 같은데,

서비스어드바이저에게 접수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 고객과 서비스어드바이저가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차량으로 이동해서 함께 확인

데스크로 돌아와 확인한 내용을 기입한 작업지시서 발행

테크니션에게 작업지시서 전달

점검/정비 진행

 캐나다의 서비스센터는 드라이브스루처럼 차량을 운전해서 들어와 차량을 확인하는 그 자리에서 작업지시서에 기재하고 테크니션에게 인계하는 방식이다.

서비스어드바이저 마다 옆에 차량을 세워 바로 확인하는 구조


 본론으로 돌아와, 위 견적서를 가해자에게 보내주며 사고 직후 24시간 이내로 처리해야 해서 빨리 결정해 달라고 하니 가해자도 보험에 사고이력이 남지 않게 현금으로 처리하는 게 편하다며 계좌로 입금받고 깔끔하게 사고는 종료됐다.

 마치 우리나라의 미수선처리와 비슷한 방식이라고 보면 되겠다.


 다행히 사고부위가 범퍼인데다, 깨진 것도 아니고 도장 일부가 벗겨진 거니 크게 지장이 없을 거라 이렇게 처리했지만, 휀다나 도어 같은 판금부위는 방치하면 녹이 올라올 수 있으니 보험으로 처리해 수리를 받았을 거다.


 이렇게 큰 문제없이 접촉사고를 처리하고 나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으로 집에 오자마자 미뤄뒀던 블랙박스 설치도 바로 마무리했고, 이후로는 좀 더 방어운전 모드로 운전 중이다.

미니밴이라 후방카메라를 설치하기위해 트림 탈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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