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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Mar 30. 2016

스스로를 이기는 기쁨

새해, 한 달의 시작, 매주 월요일, 봄.

뭔가를 해보겠다고 결심하고 실천해보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 때다.  대학 다닐때 까지도 그랬지만, 직장을 다니면서부터는 더욱 그 결심과 실천이 잘 매칭되지 않았다. 그나마 영어학원 같이 꽤 비싼 학원비를 낸 경우는 꼬박꼬박 강의를 들으러 다녔지만 복습과 예습은 처음 2~3일만 하고 그 후로는 강의를 끝까지 듣는 것에 의의를 둔 적이 많다.  계획표를 짤 때는 너무 타이트하게 짜면 실천하지 못할거라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정말 느슨하게, 실현 가능한 계획표를 짰다. 그러나 그 역시 3-4일만에

'내일부터 하자'로 바꾸기를 수 차례.


그렇게 스스로 한 약속을 매번 지키지 못하고 발전 없는 생활로 시간 죽이기만 하던 때, 불안했다.

그 불안을 이기기 위해 무작정 떠난 어학연수의 길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선택이었고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2년 여 일한 댓가인 퇴직금을 들고 떠난 곳에서 6개월간 계획표 대로 살았다. 예습, 복습 철저히 하고 한국 학생들과 일부러 어울리지 않고 영어로만 말했다. 비록, 6개월 후에는 유학 온 그들과 너무 많이 어울려 지내기는 했지만 지금의 영어실력은 어학연수 시절 6개월간 바짝 공부했던 그 실력 그대로다.


계획표 대로 살아보고 그 결과를 체험 한 후로는, 늘 시간표를 짰다. 하루 일과를 시간대로 쪼개어 적고 그 시간에 맞게 움직였다. 너무 빡빡하다 싶어 나중에는 그 날 해야 하는 일을 나열하고 꼭 그 날 하려고 노력했다. 공부는 물론이고 목욕탕에 가고 미장원에 가고 친구를 만나는 일도 미리 계획을 세워 움직였다. 물론 100퍼센트 행동으로 옮긴 건 아니었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바라던 일을 하게 되었다.


원하던 일을 하게 된 후로도 1년 동안은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동력이 다 했던 것인지, 점점 시간표를 만들지 않았고 그냥 시간이 다가오는 대로 살았다. 영어를 좀 더 해야 하는데 하면서 개인레슨 받다 말고, 중국어 해야 하는데 하면서 앱만 다운받아 놓고, 친환경 세제 만들어야지 하면서 재료와 제조 방법만 적어놓고.  요가 등록하고 한 달에 한 두 번 가고.  읽고 싶은 책을 사 놓고 1년이 돼도 책장을 펼치지 않고.

그러면서 시간이 없다며 합리화시켰다.


그러다 다시, 올해, 몇년 만에 시간표를 써 보았다.

적힌대로 다 하지 못했지만, 뭔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간 듯 하다. 그리고 오늘의 할 일, 계획표에 있는 일을 한 날은 스스로가 무척 대견하다.


나를 이겼기 때문일거다. 해냈다는 것 보다 '했다'는 그 자체로 뿌듯했다.

요가 하는 날, 요가 하는 것.

줄넘기 하기로 한 날, 줄넘기를 하는 것.

바쁘다고 배고프다고 핑계대지 않고,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할 일을 하는 것.


계획표, 시간표는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사람이 스스로를 독려하기 위한 의지 표명의 도구.  적혀있는 것을 보며 다짐하고 결심하고 행동하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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