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삶을 마주하는 마음

by 지홀

은희 언니가 사별했다. 그걸 6개월이 지난 후 언니가 전화로 알려줘서 알았다. 그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서 아무한테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제야 정신이 들어서 지인들에게 연락했다며 만나자고 했다. 은희 언니 남편은 1년 전 암이 발병하여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다. 남편 옆에서 간호를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퇴사까지 했다. 치료가 잘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에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퇴사 후 불과 3개월 만에 갑자기 병세가 심각해져 중환자실에 들어갔는데, 그 길이 마지막이었다고 언니가 덤덤히 말했다.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는데, 너무 혼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사람들을 만나는 중이라고 했다. 토요일에 만나자고 약속하며 언니가 은수, 아영이랑 같이 만나도 되냐고 했다. 당연히 괜찮았다. 은수는 1년에 한, 두 번 만나지만 20년 넘은 친구고 아영 역시 알고 지낸 지 20년 넘은 은수의 친구이자 가끔 만나거나 여행을 간 사이다. 은희 언니도 그런 관계를 알지만, 혹시라도 내가 불편할까 봐 확인했다.


마포 한식집에서 넷이 만났다. 아영은 근 2년 만에 만나는데도 어색하지 않고 반가웠다. 평소에는 서로 바빠 약속 잡기가 어렵지만 이렇게 큰일이 생기면 다 모이게 된다. 결혼식과 돌잔치 때 만나던 사람들을 장례식장에서 만나게 되는 건 인생의 순리이지 싶다. 그간 언니에게 일어났던 일을 들었다. 언니가 마음에 맺혔던 여러 얘기들을 울다가 웃다가 하며 풀어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은 마음에, 언니 얘기를 듣던 우리도 덩달아 울고 웃었다. 부부 금실이 좋았던 언니는 여행, 외식 등을 늘 남편과 했고 혼자 해 본 적이 없어서 요즘 적응하느라 애먹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들은 어떻게 혼자 지내?” 언니는 새삼 혼자 잘 지내는 아영과 내가 궁금하다고 했다. 언니는 외아들이 있지만, 자식에게 의지하게 될까 봐 그 마음을 경계했다. “아들은 아들, 나는 나의 인생을 살아야지. 준이가 언젠가는 결혼할 텐데, 상대가 홀어머니라 싫다고 할까 봐 걱정돼. 난 멋지게 저희끼리 잘살라고 할 거야. 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려면 나 혼자 잘 지내야지. 이렇게 자기들 만나면서” 아영과 나는 취미든 운동이든 정신을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입을 모았다. 아영은 주 3회 정도 수영을 한다면서 운동을 권했다. 나는 취미활동과 심리상담을 받으라고 적극적으로 권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마음이 아픈 것도 치유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몸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스트레스, 우울은 육체를 갉아먹는다는 말에 동의한다. 언니는 “혼자 있으면 자꾸 준이 아빠 생각에 눈물 바람이야. 이렇게 밖에서 밥 먹고 수다 떠니까 좋다”라며 아영과 내가 권한 방법을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졸혼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은수는 자기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꼭 생계가 아니어도 일을 해야 잡생각이 나지 않고 성취감도 생기고 시간도 잘 간다고 했다. 회사생활을 한 번도 쉰 적이 없던 은희 언니가 그 말에 동의했다. “맞아. 그래서 일도 다시 알아보려고. 이 나이에 취직할 수는 없고 준이 아빠가 하던 개인사업이 있는데 그걸 이어볼까 해”라고 했다.


혼자 사는 삶은 비혼자만 겪는 것은 아니다. 에이징 솔로 책에 나온 것처럼 인생의 어떤 시기는 혼자일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이혼이든 사별이든 졸혼이든,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그런 때 의사소통이 잘 되는 사람과 연대하며 지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면서도 고립된 존재로 남지 않도록. 후배 동은의 어머니는 30대에 사별하셨다가 70대 후반에 남자 친구를 사귀셨다. 동은이 보기에 ‘눈꼴 실’ 정도로 남자분이 엄마한테 잘해줘 좋다고 한다. 동은의 어머니처럼 남자 친구와 느슨한 듯 끈끈하게 연대할 수도 있다.


은희 언니가 아영과 나를 보며 “자기들은 이제 결혼 생각 없는 거야? 계속 혼자로 지내서 괜찮아? 난 내가 예순도 안 돼서 혼자될 줄 몰랐어. 남편과 백년해로할 줄 알았는데….” 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은수는 언니를 위로한답시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우리 다 같이 남자 친구를 만들어보자” 그러자 아영이 진지하게 말했다. “네가 남자 만나면 불륜이야”라고. 은수는 “괜찮아. 우린 그런 거 터치 안 하기로 했어”라며 큰소리를 쳤다. 그리고 사뭇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런데 중년의 남자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나도 그게 늘 궁금했다. 연극, 영화, 콘서트, 강연장, 북토크, 카페 등 어디를 가도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영이 “산, 귀농, 낚시터?”라고 말하는 바람에 그제야 ‘아하!’ 싶었다. 우린 다 같이 한바탕 웃으며 귀농에 한 표를 던졌다. 그리고 진심으로 의아해했다. 남자들은 왜 그렇게 자연인을 좋아하는 것이냐며. 그날 모임을 시작으로 넷이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했다. 그런 의미로 회비를 매달 모아 나중에 여행도 같이 가자고 결의했다. 우린 그 모임을 “SG 모임”으로 명명했다. 싱글의 약자로. 이십 년 전 MBTI 테스트를 했던 그 이후 처음으로 정기모임 멤버로 뭉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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