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은 어디를 여행하든 그 도시의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그건 저렴하면서도 꼭 봐야 할 관광지를 볼 수 있고 설명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슬로에서도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려 했으나 걷다보니 걸어다닐만 했다.
3일 동안 걸어서 천천히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다닐때는 미술 시간을 좋아한 기억이 없다. 데생을 잘하지 못했고, 수채화를 그린다고 물감을 가져오라고 하면 들고 다니는 일이 귀찮았고 물을 준비하고 붓과 파레트를 닦는 일이 싫었다. 삼십이 넘어서야 그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최소한 일년에 한번쯤은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기획전에는 매년 갔었다.
그렇게 해서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을 알게 되었고 아직 그들의 작품 세계라거나 그림을 보는 눈이 길러지지는 않았지만, 나만의 느낌으로 그림을 보는 일은 꽤 괜찮은 경험이었고, 메마른 생활을 조금은 풍요롭게 해 주었다.
그래서 다른 나라를 갈 때면 미술관에 꼭 들린다.
오슬로에서도 뭉크미술관이 있었지만, 그 유명한 그림, '절규'는 국립미술관에 있다고 하여 그곳을 찾아갔다. 뭉크의 '마돈나'와 '아픈아이',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피카소, 마티스, 마네, 모네의 그림도 일부 전시되어 있었다. 그들의 진품 그림을 보는 일은 참 신기한 경험이다. 수십년에서 수백년 된 화가의 손을 탄 작품들을 오늘의 이 자리, 여기서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놀랍다.
미술관을 나와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오슬로 시청으로 갔다. 시청에는 그간 열렸던 시상식 사진이 전시되어 있고, 시청의 일부 공간을 공개하고 있었다. 시청 1층 홀의 기념품을 파는 곳에서 냉장고에 붙일 마그넷을 사는데 주인아저씨가 어디서 왔는지 묻더니, 3년전 한국을 다녀왔다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한국사람들의 친절함과 밤늦게 북적이는 서울이 매우 인상깊고 재미있었다며, 오슬로는 어떠냐고 묻는다. 깨끗한 공기, 백야의 신기함 그리고 물가가 너무 비싸고 특히 생수값이 비싸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 목마르냐고 하더니 생수 한 병을 준다. 괜찮다고 거절하는데도 손에 쥐어준다. 사실 생수값을 물어보고 밖의 편의점 보다 좀 비싼 듯하여 사지 않았는데, 내가 좀 불쌍해 보였나 보다.
왕궁은 현 국왕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 정원을 개방하고 있었다. 산책하며 사색할 수 있는 조용한 곳으로 경비병들의 무표정한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자연이 이질적이었다.
헬싱키에서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이 모델처럼 잘 생기고 스타일쉬하여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여자들은 키 크고 멋있게 생긴 반면 좀 차갑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노르웨이 사람들은 외모적으로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좀 더 다정한 느낌이었는데 아마도 여행기간에 비례한 주관적인 느낌이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되는.